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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05 17:25

야구와 과학 1

글쓴이 : 문환구

야구는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경기이면서 다른 구기종목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이 여러 가지 있다. 우선 대부분의 구기종목은 주로 공격하는 팀에서 공을 차지해 경기장내의 정해진 곳으로 보내려 하고 상대방은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반해, 야구는 수비하는 팀에서 공을 가지고 경기를 시작하며 공격하는 팀에서는 가능한 그 공이 가까이 오지 않도록 멀리 보내기만 하지 공을 잡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두 번째로 대개 구기종목은 단체경기가 많고 단체경기에서는 시합도중 선수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게 마련이다. 축구나 농구처럼 프로경기가 열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운동경기일수록 선수들의 움직임도 격렬하기 마련이어서 선수들은 한 경기를 마친 다음 며칠씩 휴식기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야구는 선수를 바꾸지 않은 채 매일 경기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같은 팀이 하루에 두 번씩 시합을 하기도 한다.

또 하나 단체경기는 각 선수들의 위치가 정해져 있고 물론 많은 경우 공격수가 주로 주목을 받기는 하지만 특정 위치의 선수에 의해 경기결과가 좌우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야구에서 투수의 위치는 다른 위치에 비해 거의 독보적이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마구를 던지는 투수가 있다면 아무리 강팀을 만나더라도 최소한 패배하지는 않을 수 있는 것이 야구인 것이다.

이처럼 투수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 경기를 하면서도 투수가 끝까지 공을 던지는 경우는 드물고, 프로팀에서는 아예 선발전문 투수와 마무리전문 투수를 따로 두기도 한다. 물론 투수가 한 경기를 완투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다른 위치의 선수와는 달리 매일 등판하거나, 하루에 두 번씩 열리는 경기에 연달아 출전하는 일은 거의 없다.

투수는 혼자서 상대방 타자 전부와 차례차례 대결을 벌여야 한다. 그래서 타자가 공을 칠 수 없도록 하려고 빠른 공을 던지기도 하고 변화구를 던지기도 한다. 투수가 서 있는 위치와 포수가 앉아있는 홈플레이트간의 거리가 약 18m이므로, 투수가 시속 150km로 공을 던지면 약 0.4초만에 홈플레이트에 공이 도착한다. 이 짧은 시간에 타자는 공의 방향을 짐작해서 방망이를 휘둘러 공을 쳐내야 하고, 빠른 공일수록 타자에게 주어지는 판단시간이 짧아지므로 좋은 투수는 무엇보다 공을 빨리 던져야 한다.

야구공은 지름이 약 7cm, 무게가 148g 정도이고 흰 색의 말가죽이나 쇠가죽을 굵은 실로 108번 꿰매 만든다. 실을 꿰맨 자국을 솔기라고 부르는데 이 솔기는 뜻밖에도 공이 빠르게 날아가도록 도와준다.

이 현상을 좀 더 자세히 보자. 공이 앞으로 나가면 공기는 공의 표면을 타고 흘러 공의 뒤쪽으로 와야 하지만 공이 빨라지면 공기가 공의 뒤쪽 표면으로 바로 오지 못하고 조금 떨어졌다가 붙게 된다. 이때는 공의 뒤쪽에 공기가 희박해진 공간이 순간적으로 생기게 된다. 부족한 공기는 낮은 압력을 만들기 때문에 진공청소기처럼 앞으로 나가려는 야구공을 뒤로 잡아당긴다.

이 효과를 줄이기 위해 공의 표면을 골프공처럼 울퉁불퉁하게 만들면 공기의 흐름이 어지럽게 되어 공기가 희박해지는 공간이 매끈한 공에 비해 더 뒤쪽에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기가 공을 뒤로 잡아당기는 효과가 줄어들게 되고, 투수가 솔기방향과 손가락이 직각이 되도록 야구공을 잡고 던지면 솔기가 공기의 흐름을 어지럽게 하여 공의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로 할 수 있다.

문제는 타자들도 빠른 공에 대한 훈련을 계속해 감각을 높이므로 빠르기만으로는 모든 타자들을 상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투수는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변화구의 기본은 커브인데 어떻게 커브가 가능한지 알아보자. 물이나 공기처럼 흐르는 물체는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 현상을 베르누이라는 과학자가 발견해서 베르누이정리라고 한다.

비행기날개의 위쪽이 둥글고 아래쪽은 평평하므로 비행기가 앞으로 움직이면 날개 윗부분을 지나는 공기는 날개 아래를 지나는 공기보다 더 빠르게 되어 위쪽은 압력이 낮아지고 아래쪽은 위쪽보다는 압력이 높아진다. 이처럼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날개 아래쪽에서 압력이 낮은 위쪽으로 향하는 힘이 생기도록 한 것도 베르누이 정리를 이용한 것이다.

커브를 던질 때 투수는 공에 강한 회전이 걸리도록 한다. 움직이는 공에서 주변의 공기를 보면 공기는 공 주변을 빠른 속도로 지나 뒤쪽으로 간다. 이때 공이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면 위에서 볼 때 공의 왼쪽은 뒤쪽으로 가는 공기와 공의 회전방향이 일치해 공기의 흐름이 더욱 빨라진다. 반면 공의 오른쪽에서는 공기가 흐르는 방향과 공의 회전방향이 서로 달라 공기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의 오른쪽은 왼쪽보다 압력이 높게 되어 공을 왼쪽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커브볼은 단순한 눈속임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어서 카메라로 공이 휘어지는 정도를 촬영한 기록도 있다. 조사해 보았더니 야구공은 처음 투수의 손을 떠날 때의 직선방향에서 20cm까지 벗어나는 것이 증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