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05 17:26
야구와 과학 2
 글쓴이 : 문환구
조회 : 7,133  
야구장의 크기는 얼핏 보기에 제각각이다. 서울의 잠실구장은 홈에서 외야석(담장)까지의 거리가 가운데 기준으로 125m인가 하면 광주구장은 113m이다. 좌우 양측까지의 길이도 잠실구장은 100m이고 광주구장은 97m이다.




여기에다 담장의 높이도 구장마다 다른데 이는 원래 야구장 규격이 홈에서부터 약 76m를 넘으면 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라별로 야구협회 등에서 야구장을 만들 때는 홈과 외야담장까지의 최소 길이규격을 만들곤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이후 가운데 거리는 105m 이상, 좌우 양쪽 거리는 91m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외야까지의 거리가 너무 길면 홈런이 나오기 어렵고 그렇다고 길이가 너무 짧으면 시원한 홈런을 구경하러 야구장에 오는 관중을 실망시키기 마련이다. 그래서 각 구장은 야구장 담장 높이를 조절해서 홈런이 나오는 수를 적절히 조절한다. 흔히 홈런타자가 많은 팀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홈구장의 담장을 낮추어 그렇지 않은 팀은 담장을 높인다.




외야와는 달리 내야의 크기는 엄격한 규격이 정해져 있어서 예를 들면 투수와 포수간의 거리가 약 18미터이다. 사람들이 흔히 다이아몬드라고 부르는 홈과 1,2,3루를 연결하면 정사각형이 되는데 그 길이는 약 14m이다. 길이가 m단위로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기준이 m가 아닌 피트와 인치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투수가 약 140g 무게의 공을 시속 150km의 속도로 던지면 약 0.4초만에 타자를 지나간다. 그 순간 타자는 길이가 약 107cm이하이고 가장 굵은 부분의 지름이 7cm 이하인 나무방망이로 공을 쳐내야 한다. 야구방망이는 무게제한이 없는데 선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선수들은 대략 890g 정도의 방망이를 사용한다고 한다.




타자는 상대편 투수가 던진 공을 쳐서 상대방 수비수가 잡지 못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는 홈런이다. 그 다음으로 좋은 공은 수비수가 위치하지 않는 쪽으로 빠르게 공을 쳐서 수비수가 공을 잡지 못하도록 해서 안타를 만들어야 한다. 타자가 친 공이 땅에 닿기 전에 수비수가 잡으면 안 되므로 높이 친 공은 홈런이 아닌 경우 대개 아웃으로 처리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타자가 홈런이나 안타를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야구방망이의 중심에 공을 맞추어야 하고 또 완전한 휘두르기(풀 스윙)을 해야 한다. 이제 그 이유를 분석해보기로 한다.




운동하는 물체가 충돌하면 서로 운동량을 주고받는데 이것을 과학에서는 운동량보존의 법칙이라고 한다. 운동량은 물체의 질량과 속도를 곱한 양으로 물체가 무거울수록, 또 속도가 빠를수록 크다.




움직이는 물체는 운동하는 방향으로 운동량을 가지므로 이 운동량의 방향을 바꾸려면 물체에 다른 물체를 충돌시켜야 한다. 이처럼 충돌에 의해 운동방향이 바꾸는 크기를 충격량이라고 하는데, 그 크기는 충돌한 힘과 충돌하는 시간을 곱한 것이다.




타자는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공을 방망이로 충돌시켜 방향을 반대쪽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러 낼 수 있는 힘의 크기가 일정하다면 방망이를 끝까지 휘둘러 공과 방망이가 닿는 시간을 가능한 길게 해야 한다. 이는 야구처럼 방망이를 사용하는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자가 방망이를 통해 내는 힘을 크게 하려면 빠르게 휘둘러야 하는 것과 함께 방망이의 무게도 중요하다. 홈런 타자의 방망이는 보통 10g에서 100g 정도 평균보다 무거운데 이는 더 큰 힘을 내기 위해서이다. 이런 방망이를 휘두르려면 타자의 힘이 좋아야 함은 당연하다. 이런 타자들도 여름철이 되어 체력이 떨어지면 방망이를 깎아내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곤 한다고 한다.




또 하나의 요건인 방망이 중심에 공을 맞춰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체는 충돌하게 되면 그 반응으로 진동을 일으킨다. 즉 물체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해서 부르르 떨게 마련이다. 잘 휘는 대나무막대로 밤나무를 때려서는 나무에서 밤이 잘 떨어지지 않지만 딱딱한 나무로 만든 막대로 치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은 이 진동의 크기가 작아야 힘을 잘 전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진동이 있더라도 중심점으로 물체를 맞추면 진동이 없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야구방망이처럼 한쪽 끝이 다른 쪽보다 굵고 또 반대쪽은 손으로 꽉 쥐고 있는 경우, 이 중심점의 위치는 방망이 끝에서 17cm 부근이 된다. 바로 이 지점으로 공을 맞추면 방망이의 힘을 가장 크게 공에다 전달할 수 있어서 빠르고 멀리 공을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