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05 17:27
배드민턴 셔틀콕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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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문환구
조회 : 1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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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사용하는 운동경기 중에서 공의 속력이 가장 빠른 것은 무엇일까? 골프나 아이스하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뜻밖에도 배드민턴이다. 질량이 4.7g 에서 5.5g 사이에 불과한 셔틀콕의 순간최고속력은 시속 332km까지 관측된 적이 있어서 골프공의 최고 측정속력 인 시속 310km나 아이스하키 퍽의 최고속력 200km를 넘는다.
물론 위에 든 세 경우 모두 라켓이나 골프채 또는 스틱으로 공을 가격한 바로 뒤의 순간속력이다. 단단하고 크기도 작은 골프공이나 아이스하키 퍽은 공기저항을 적게 받으므로 빠르기를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다. 하지만 배드민턴 셔틀콕은 20m를 날아가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배드민턴 경기장의 한쪽 끝에서 상대방코트의 끝까지의 길이는 13.6m에 지나지 않는다.
배드민턴에서는 왜 둥근 공을 사용하지 않고 셔틀콕이라고 불리는 것을 쓸까? 그리고 이 셔틀콕은 왜 그렇게 빠른데도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것일까?
인도에 주둔하던 영국군 장교들이 인도인들이 하던 푸나라는 운동을 본 뒤 귀국해서 체계적인 운동경기로 발전시켰다는 배드민턴은 영국 글로스터 지방에 있는 배드민턴 하우스란 저택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인도 붐베이지방에서 성행하던 푸나경기도 코르크에 물새깃털을 꼽아 방망이나 손바닥으로 쳐서 넘기는 것이었는데 셔틀콕은 푸나와 비슷하게 흉내 내면서 방망이는 테니스처럼 라켓을 사용한 것이다.
방망이를 사용하게 되면 멀리 보내기에는 좋겠지만 공이든 셔틀콕이든 놓치기가 쉽다. 그래서 야구나 골프처럼 한번 치고 나면 그만인 운동에서는 방망이를 쓰지만 배드민턴 말고도 테니스나 탁구처럼 그물을 가운데 놓고 양쪽 코트에서 서로 공을 주고받는 경기는 라켓이든 탁구채든 넓은 면을 가진 것을 사용하게 마련이다.
셔틀콕(Shuttle Cock)은 이름 그대로 코트사이를 왕복하는 닭털로 된 용구였다. 코르크에 닭털을 꼽아서 만들었는데 테니스나 탁구처럼 공이 땅에 튀긴 다음에 치는 것이 아니므로 조금 천천히 땅에 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코르크로 된 셔틀콕의 바닥부분은 지름이 25mm~28mm밖에 되지 않아서 새 깃털을 꼽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강하게 친 콕은 바로 코트바닥에 내리 꽂히게 되어 그걸 한번에 받아넘기는 왕복이 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공을 크게 하거나 부드럽게 하더라도 둥근 형태로만 되어 있다면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공에다 날개를 달아서 조금 더 오래 공중에 머물러 있도록 함으로써 테니스와 달리 땅에 튀지 않고 넘기는 운동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하고 공이 땅에 닫지 않아야 하는 운동으로 배구가 있지만 둥근 공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편에서 넘어온 공을 한 번에 받아 넘기기는 힘든 일이라 배구에서는 한쪽 코트에서 공을 세 번까지 칠 수 있다.
셔틀콕의 날개는 빠른 속력으로 넘어온 셔틀콕이 코트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코르크에 꼽힌 깃털의 결을 타고 공기가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깃털 결의 방향에 따라 셔틀콕은 회전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각운동량 때문에 공기저항이 있어도 똑바로 멀리 갈 수 있는 효과(미식축구이야기 참조)도 생긴다.
배드민턴 초창기에 사용하던 닭의 깃털에는 막이 없어서 셔틀콕이 날아갈 때 깃털 사이로 공기가 그대로 통과해 회전이 덜 일어나는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닭 대신 막이 있는 거위 깃털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이름은 셔틀구스(Shuttle Goose)가 아니라 그대로 셔틀콕이라 부른다.
날아가는 셔틀콕이 회전하려면 깃털을 타고 공기가 한쪽 방향으로 흘러야 하기 때문에 한쪽 날개의 깃털만 사용해야 한다. 날개에 따라 깃털의 결이 서로 반대방향이기 때문이다. 셔틀콕에는 거위 깃털을 16개 붙이는데 고급제품에 쓰이는 깃털은 거위 한 마리에 14개씩밖에 없다고 한다. 거기다 한쪽 날개로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7개밖에 쓸 수가 없어서 셔틀콕 하나를 만드는데 거위 세 마리가 필요하다. 물론 반대쪽 날개로는 다른 셔틀콕을 만들기 때문에 거위 세 마리로 셔틀콕 2개는 만들 수 있기는 하다.
초기에 배드민턴은 셔틀콕 값이 비싸서 널리 퍼지지 못하다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셔틀콕이 개발되면서 대중적인 운동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연습용이나 초보자용으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셔틀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국제경기 등에서는 거위 깃털로 만든 것만을 사용한다.
셔틀콕에서 날개 역할을 하는 깃털이 천천히 떨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때문에 속력이 느려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깃털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피가 커져서 그렇다. 같은 크기의 물체가 같은 공기저항을 받더라도 더 가벼우면 저항을 이기기 어렵다. 운동량은 질량에 속도를 곱한 값이고 저항은 운동량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돌멩이보다 같은 크기의 종이뭉치를 멀리 던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토록 기세등등하게 빨리 출발한 셔틀콕이 멀리가지 못하는 것은 결국 크기에 비해 너무 가볍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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