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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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의 과학 (국민일보 1997.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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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문환구
 조회 : 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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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적을 때 흔히 음력인지 양력인지를 표시한다. 그러나 결혼기념일은 양력으로만 적는다. 명절이나 국경일도 음력과 양력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통과 실용 때문일까?
지금 쓰고 있는 양력은 정확히 말하면 태음태양력으로 달의 운행을 참고로 하면서 해의 위치변화를 기준으로 삼아 만든 그레고리력이다. 역사적으로는 고대 그리스의 태음력을 받아들인 로마제국이 이집트의 역법을 참고로 해서 개선한 줄리어스력을 로마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때 다시 고친 것이다. 양력 9, 10, 11, 12월이 7, 8, 9, 10을 뜻하는 그리스어 접두어 셉타, 옥타, 노바, 데카에서 나온 것은 그리스 달력이 10월까지만 있었기 때문이고, 야누스를 뜻하는 제뉴어리와 청정의 신 페브리우스를 뜻하는 페브루어리는 나중에 집어넣은 것이다. 여기다 7월과 8월이 줄리어스 씨이저와 마우구스트의 생일이 있는 달이므로 각각 줄라이와 오거스트라 부르게 되었고, 그레고리력은 윤년 삽입법을 조정하여 실제 태양년에 더 가깝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레고리력은 한 달이 달의 공전주기와는 다른 30일과 31일로 되어 있어 달을 나누는데는 정확하지 못하고, 태양력이라면 당연히 새해 첫날로 해야할 동지(이날부터 해가 길어지기 때문에 달로치면 초생달인 셈이다. 옛사람들은 이날을 해가 부활하는 날로 생각했고 동양에서도 작은 설이라고 불렀다.)도 12월 22일경에 와있다. 그러니까 양력은 태양의 주기에는 어느 정도 정확히 날을 맞춘 것이지만 시작이라든가 한해를 나누는 규칙 등에서는 과학적이지 못하다.
음력은 어떤가? 원나라 때 곽수경이 만든 수시력과 명나라 때 서광계가 만든 송정역서에 바탕을 둔 시헌력이 지금 우리가 쓰는 음력이다. 음력은 실제 달의 삭망점을 기준으로 삼고 태양운동을 참고로 해서 음력 보름이면 꼭 보름달이 뜨게 만든 태양태음력이다. 태양년에 맞추기 위해 19년에 7번의 윤달이 들어오는 등 계절변화와 달력날짜가 다르게 되기도 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24절기를 이용해 태양의 변화, 즉 날씨를 정확히 맞추고 있다. 우수 경칩 백로 등 절기는 날씨변화를 알 수 있게 하는 음력의 체계이다. 자연현상에 기준을 맞춘 음력이 시대에 따라 인위적인 변화가 가해진 양력보다 더 과학적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기념일을 지키는데는 어떤 게 나을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습의 문제다. 양력이든 음력이든 기억하기 편리하고 함께 축하할 수 있는 날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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