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05 17:17
메모리 반도체 (국민일보 1997.5.10)
 글쓴이 : 문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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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마치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 인양 억울한 눈총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우리 나라 기술 발전의 한 상징이자 수출 효자 상품으로 각광받던 제품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1기가 디렘을 개발했고, 세계적인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기도 한 반도체는 정보화시대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반도체는 왜 16메가디렘 다음에 50메가디렘이나 1백메가디렘이 아니고 64메가디렘일까? 또 컴퓨터에 쓰이는 씨디롬이나 디스크와는 어떻게 다를까?

 

컴퓨터에 부착된 하드 디스크나 플라피 디스크는 원판 표면에 자화물질을 발라서 필요한 부분을 자화시켜 원하는 정보를 읽거나 새로운 정보를 입력한다. 반면 씨디롬은 구형 레코드판처럼 미리 제작된 판에서 반사된 빛으로 정보를 읽기 때문에 처음에 저장한 정보만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이 둘은 원판형으로 된 저장 매체를 회전시키면서 특수한 검지 장치가 필요한 위치에 찾아가서 정보를 읽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므로 자화물질의 특성이나 사용하는 빛의 파장에 따라 기억용량의 크기가 증가하므로 비교적 손쉬운 기술로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기억장치가 메모리 반도체와 다른 점은, 별도의 기억재생장치(드라이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기억하는 신호 자체가 전기 신호이기 때문에 별도의 드라이브가 필요 없는 메모리 반도체는, 직사각형의 칩(chip)인데 용량을 늘릴 때 보통 가로 세로 각각 2배씩 집적도를 늘린다. 이렇게 해서 메모리 반도체는 한 단계에서 처음 용량의 4배씩 늘어나게 되어 4메가, 16메가, 64메가가 되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내부에 복잡한 회로를 가지고 있어서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물질 특성이 개선되거나 공정 자체의 발전이 있어도 한꺼번에 용량을 10배씩 증가시키기는 힘들다. 요즘에는 시장 요구상황에 따라 64메가디렘 다음에 용량을 두 배만 늘린 128메가디렘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 메모리 반도체에 쓰이는 단위와 컴퓨터에서 쓰이는 기억용량 단위는 같은 것일까? 컴퓨터의 기억용량 단위는 반도체의 8배가 된다. 반도체의 기억용량 단위는 비트이고 컴퓨터는 바이트(1바이트=8비트)이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문자를 주로 사용하고 문자는 바이트 단위로 표시되므로 컴퓨터의 메모리가 16메가이면 1천6백만 바이트 즉 1억2천8백만 비트가 된다. 따라서 메모리 16메가(바이트)인 컴퓨터에는 16메가(비트)디렘 8개나 4메가(비트)디렘 32개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