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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05 17:18

전자레인지의 안쪽 (첨단기술과 물리학(2002. 7))

글쓴이 : 문환구

많은 발명품이 그렇듯이 전자레인지는 우연한 사건을 지나치지 않은 한 과학자의 탐구정신이 개발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1945년 어느 날, 첨단 군수장비 회사인 레이시온(Raytheon)사에서 레이더(radar, radio detection and ranging) 연구에 몰두해 있던 스펜서(Percy LeBaron Spencer)는 레이더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 발진장치인 마그네트론(magnetron) 앞에 서 있다가 주머니에 넣어 둔 막대사탕이 녹아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막대사탕이 녹은 것이 마이크로파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마그네트론으로 팝콘을 튀겨 보고 달걀을 익히는 실험에 성공한 뒤 마이크로파로 요리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레이더용 마이크로파를 이용했기 때문에 제품개발에 성공한 레이시온사는 최초의 전자레인지 이름을 레이더레인지(radarange)라고 했으며, 지금도 자회사인 아마나(Amana)에서 생산하는 모델은 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1,2] 그러나 현재 레이더레인지나 전자레인지보다는 마이크로파 오븐이라는 이름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전자레인지가 처음부터 가정용으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크기가 대형 냉장고만 했고 마그네트론 부위 냉각을 위한 냉각수 배관까지 설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값도 비싸서 열차 식당칸 등에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가정용 제품은 한참 뒤인 1967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3]

마그네트론과 마이크로파

1. 전자기파의 발생

전하가 가속 운동을 하게 되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동시에 만든다. 또한 변하는 자기장은 그 공간에 전기장을 만들고 변하는 전기장은 그 공간에 자기장을 만든다. 따라서 전기 진동으로 자기장이 변하면 전기장이 생기고, 또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발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것은 서로 원인이 되고 또 결과가 되어 전기장과 자기장이 파동의 형태로 공간을 퍼져나가는데 이와 같은 파동이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이다.

빛(가시광선)도 전자기파이며 빛의 속도가 일정하므로 마이크로파의 빛의 속도로 일정하다. 전자기파는 주파수가 클수록 에너지가 큰데, 마이크로파보다 에너지가 큰 전자기파로는 암치료에 사용되는 감마선(γ-ray), 의료진단에 사용되는 X선(X-ray), 살균에 쓰이는 자외선(ultraviolet), 가시광선, 야시경에 이용되는 적외선(infrared) 등이 있다. 마이크로파보다 에너지가 작은 전자기파에는 텔레비전과 FM(frequency modulation) 라디오방송에 쓰이는 VHF(very high frequency)와 통신, 라디오방송에 사용되는 HF(high frequency) 등이 위치하고 있다.[4] 마이크로파는 최근 개인 휴대전화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2. 마그네트론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마이크로파를 만들어내는 장치인 마그네트론은 음극 막대와 이를 동심원으로 둘러싼 양극 원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극은 접지상태이며, 바깥쪽 양극에 전압을 가해 전기장이 원통 안쪽을 향하게 한다. 이와 동시에 원통의 축 방향을 따라 외부 자기장을 걸어 두 개의 원통 사이공간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이 직각으로 교차되도록 해준다.[5]

음극에는 전자를 발생시키기 위한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대개 열을 가해 열전자를 발생시킨다. 열이 가해진 음극에서 튀어나온 전자는 양극을 향해 운동하는데 전기장에 의해 가속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커지게 된다. 그런데 자기장이 방사방향으로 운동하는 전자와 수직한 축방향으로 있기 때문에 로렌츠 힘을 받게 된다. 이 힘의 크기는 전하량*속도×자기장(F=qv×B)이며 방향은 진행방향과 직각이다. 그러므로 전자는 양극으로 곧바로 진행하지 못하고 음극과 양극 원통사이의 공간에서 회전하는 방향으로 운동한다.

여기서 자기장의 크기와 양극에 걸리는 전기장의 크기를 조절하면 전자는 양극에 거의 도달하지 못하고 양극 사이의 공간에서 회전 원운동을 하게 된다. 전자가 마그네트론 내부에서 원운동을 하면 전하를 띤 입자의 가속운동이므로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것이다.

3. 전자레인지와 음식물 조리

1. 여러 곳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한다. 어떤 원리로 음식물을 가열하는 것일까. 마이크로파는 파장이 1 mm에서 1 m까지의 전자기파로 파장이 짧기 때문에 직진, 반사, 굴절, 간섭 등의 성질이 빛에 가깝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서 반사된 빛을 눈으로 인식하듯이, 목표물에서 반사된 마이크로파를 수신기로 포착하여 그 존재를 알아내는데 사용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레이더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상대방 비행기를 추적하는 것으로 개발되어 항공기 탑재용으로 발전되었으며, 종전 후에는 민간용으로도 널리 쓰이게 되어 현재는 안전항해를 위해 거의 모든 선박에 설치되어 있다.[6]

또한 마이크로파는 주파수가 높기 때문에 초단파보다 많은 양의 정보를 보낼 수 있어서 다중 통신이나 UHF(ultra high frequency) 텔레비전방송 중계에도 이용된다. UHF 텔레비전 방송은 VHF 텔레비전 방송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직진성 때문에 장애물로 인한 수신불능상태가 생기기 쉽다. UHF 방송의 수신영역이 VHF 방송보다 좁은 것은 이 때문이다. 레이더에서도 목표물 뒤에 있는 부분은 그늘(shadow)이 되어 관측되지 않는다.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는 주파수가

2,450MHz인 고주파로 파장이 12 cm 정도 된다.

2. 마이크로파로 가열하기

마이크로파는 공기, 유리, 종이 등은 투과하지만 금속에는 반사되며 물에서는 흡수된다. 흡수된다는 것은 마이크로파가 가진 에너지가 물에 전달된다는 것으로 전기적 극성을 띠는 물분자가 전자기파의 주파수에 따라 회전운동하여 마찰열을 발생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물분자는 산소원자 하나에 수소원자 두 개가 공유결합한 것인데 전기음성도가 큰 산소원자가 공유전자쌍을 가까이 끌어당겨 음성을 띠고 수소원자는 양성을 띤다. 따라서 각각의 물분자는 외부에서 가해진 전기장의 영향을 받아 운동한다. 1초에 2,45×109번 진동하는 마이크로파가 가해지므로 물분자도 같은 수만큼 회전하고 인접한 물분자와 서로 부대끼기 때문에 마찰열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채소든 육류든 음식물의 대부분은 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마이크로파로 인한 물분자의 마찰열 발생은 음식물의 가열로 이어진다.

3. 마이크로파만 있으면 가열될까

레이더와 UHF 텔레비전 방송 등 우리 주변에는 마이크로파가 가득 차 있지만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는 타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다. 이는 마이크로파가 공간에 넓게 퍼져서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면 불을 붙일 수 있듯이, 전자레인지에서는 강한 마이크로파를 한 곳으로 모으기 때문에 조리가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마이크로파를 모으는 곳이 조리함(오븐)인데, 조리함 내부는 금속으로 되어서 식품을 향해 마이크로파를 반사한다.

마이크로파를 잘 반사하면서 인체에 해롭지 않아 조리함 내부에 사용할 수 있는 금속으로는 스테인레스 스틸과 철판이 있다. 마그네트론에서 발생한 마이크로파가 조리함으로 잘 진행하고, 조리함 내부에서 마이크로파가 진동운동할 수 있는 공동구조가 되도록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의 눈은 공동으로 되어 있어서 마이크로파에 노출되면 열을 받을 수 있어 실명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나, 가정용 전자레인지는 안전한 차폐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전자레인지의 조리함 내부에서 마이크로파는 직진과 반사를 통해 진행파와 반사파가 합성되므로 전기장이 강한 곳과 약한 곳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음식물을 골고루 가열하기 위해 마이크로파를 움직이거나 음식물을 회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한 음식물의 아랫부분도 잘 가열되도록 하기 위해 전자레인지용 접시는 마이크로파가 잘 투과하는 유리로 만들고, 금속용기나 금속테가 있는 접시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4. 다른 조리기구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식품을 조리하기 위해서는 열을 가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가열장치는 식품외부에 열을 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식품은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조리시간을 줄이기 위해 온도를 높이면 겉과 속의 온도경사가 높아져 겉은 타고 영양분이 파괴되기 쉽다.

전자레인지로 조리하게 되면 마이크로파가 식품내부로부터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열손실이 적어 조리시간이 짧게 되며 특히 비타민의 파괴를 줄일 수 있다.7) 내부에서 열이 발생하므로 달걀 등을 그냥 요리하게 되면 터지게 되므로 출력을 줄여주는 장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런 저출력은 냉동식품의 해동에도 사용된다.

참 고 문 헌

[1] http://www.raytheon.com/

[2] http://web.mit.edu/invent/www/inventorsR-Z/spencer.html

[3] http://www.gallawa.com/microtech/history.html

[4] Cheng, D. K., Fundamentals of Engineering Electromagnetics, (Addison-Wesley, 1993).

[5] http://www.gallawa.com/microtech/magnetron.html

[6] http://kr.encycl.yahoo.com/final.html?id=54964

[7] http://kr.encycl.yahoo.com/final.html?id=134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