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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05 17:25

축구에 숨어 있는 과학

글쓴이 : 문환구

2006년은 독일월드컵이 열리는 해이다. 월드컵 축구대회는 4년마다 열리지만, 국가대표팀 끼리의 경기나 프로축구리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만 둘러보아도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운동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축구공을 사이에 두고 뛰어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축구가 이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운동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공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또 직접 할 수 없더라도 규칙이 간단해 경기를 지켜보기가 쉬운 점이 우선 꼽힐 수 있겠다. 이와 함께 국가대항전이 많이 열리기 때문에 애국심에 기댄 열띤 응원이 벌어지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여기다 축구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축구전문가와 과학자들의 노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축구경기장은 크기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길이와 넓이에 대한 범위가 주어져 있을 뿐이다. 예컨대, 국제규격은 길이가 100m~110m 범위여야 하고 넓이는 64m~75m 범위에 있어야 한다(대한축구협회가 정한 유소년경기장 규격은 이보다 작아 55m~80m의 길이와 35m~54m의 넓이이면 된다). 그런데 골대의 크기는 이처럼 일정한 범위가 아니라 넓이가 7.32m이고 높이가 2.44m일 것으로 정확한 크기가 정해져 있다(유소년의 경우, 골대 넓이가 5.7m이며 높이가 2.15m).

이처럼 경기장 넓이는 어느 정도 변화를 줄 수 있지만, 골대의 크기를 고정시킨 것은 골대의 크기에 따라 골의 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대표팀 끼리의 경기에서는 대개 1,2골이 터지곤 하는데 골대의 크기가 조금만 더 커져도 골의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렇다면 골대크기를 늘려서 골이 많이 나오게 하면 축구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가장 재미있는 축구경기는 3:2로 이기는 것이라는 통계가 있는데 이처럼 골이 많이 나오는 경기는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 맞붙었을 때의 이야기다. 실력차이가 많이 나는 팀 사이에 경기가 있게 되면 같은 5골이라도 5:0이거나 4:1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이기는 팀이야 신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미없는 경기가 되고 만다.

축구의 묘미는 실력이 조금 뒤지는 팀이라도 강한 팀과 싸워 이길 수도 있는 의외성에 있다. 농구나 핸드볼처럼 골이 많이 나오는 경기에서는 약한 팀이 이기는 경우가 좀처럼 생기기 어려운데, 세계 최강이라는 브라질 축구팀이 가끔 월드컵 예선전에서 뜻밖의 팀에게 지곤 하는 것은 축구가 한 두골로 승패가 갈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골의 수와 승패의 상관관계를 알기 위해 간단한 경우의 수를 살펴보자. 강팀과 약팀이 시합을 한다고 할 때 강팀은 골을 넣을 경우의 수가 2/3이고, 약팀이 골을 넣을 경우의 수를 1/3이라고 생각해 보자. 만약 두 팀의 경기에서 한골만 나왔다고 한다면, 강팀이 이길 경우의 수는 2/3(67%)이고 약팀이 이길 경우의 수는 1/3(33%)이다.

만약 3골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한 팀이 3:0이나 2:1로 이기게 된다. 강팀이 이기는 경우를 계산해 보자. 강팀이 3:0으로 이기는 경우의 수는 8/27(경우의 수가 여러 번 발생하는 것은 곱셈을 하면 된다. 따라서 2/3✕2/3✕2/3=8/27이 된다)이고, 2:1로 이길 경우의 수는 12/27(강팀이 먼저 두골을 연속해서 넣는 경우의 수는 2/3✕2/3✕1/3=4/27, 약팀이 먼저 한골을 넣은 뒤 강팀이 연속해서 두골을 넣는 경우의 수는 1/3✕2/3✕2/3=4/27, 그리고 강팀이 골을 넣은 사이에 약팀이 한 골을 넣는 경우의 수는 2/3✕1/3✕2/3=4/27이다)이다. 따라서 3골이 들어가는 경우, 강팀이 이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8/27+12/27= 20/27로 74%가 되어 1골이 들어갈 때의 67%보다 크게 된다. 이때 약팀이 이길 경우의 수는 33%에서 26%로 줄어든다.

그러므로 약한 팀이 강한 팀과 경기를 하여 이기려면 적은 수의 골로 승부가 갈리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월드컵 축구경기 역사에서도 뜻밖의 승부로 자주 얘기되곤 하는 경기는 대부분 1:0으로 결과가 정해진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19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단지 구경하러 온 팀이라고 불리던 미국이 당시 세계 최강 영국을 1:0으로 이겼고, 1966년 영국월드컵에서는 북한이 역시 세계 최강이던 이탈리아를 1:0으로 눌렀다.

상황이 이러니 축구장 크기와 같이 골대의 크기도 어느 범위 안에서 정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했다면, 실력이 약한 팀은 골대의 크기를 가장 작게 만들려고 할 것이고 반대로 강한 팀은 골대의 크기를 최대한 크게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축구장의 크기와는 달리 골대 크기는 아예 고정시켜 둔 것이다.

축구장 크기나 골대의 규격을 정하는 일은 축구전문 행정가가 할 일이지만, 더 좋은 축구공과 축구화를 만드는 일은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축구공에 대해 정해진 규정은 공이 둥근 모양이어야 할 것과 가죽 또는 알맞은 재질로 될 것 그리고 둘레 길이가 68cm~70cm이며 무게가 410g~450g일 것 등이다. 동물의 오줌보로 시작한 축구공이 가죽으로 되었다가, 물이 스며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은 대부분 인조가죽으로 만든다.

방수를 위해 인조가죽을 사용했던 축구공은 더욱 발전해서 공기층이 들어가 있는 합성수지로 표면처리를 했다. 이렇게 하면 공을 차는 순간 공기방울이 찌그러졌다가 팽창하면서 반발력이 커져 골키퍼 앞에서 예측하기 힘든 방향과 속도로 휘어 나가게 된다. 최근에는 가죽 내부에 폴리우레탄 거품을 넣어 더욱 반발력이 큰 축구공으로 발전하였다.

이밖에 축구화 바닥에 박혀있는 스파이크도 축구선수가 경기 도중 재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짧은 순간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선수들이 더욱 훌륭한 기록을 뽐낼 수 있고 관중은 더욱 흥미진진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축구경기에는 이와 같이 축구전문가뿐만 아니라 과학자의 노력도 보태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