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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02 13:25

입자가속기- 원자구조 연구에서 암치료기까지

글쓴이 : 관리자

[과학과기술]COLUMN_기초과학연구에서 실용화까지_입자가속기_Oct.2016.pdf (5.4M) [12] DATE : 2017-03-02 13:31:10

http://ebook.kofst.or.kr/book/201610/#page=78 [1863]

어네스트 로렌스의 사이클로트론 발명

"그 문제를 물리적으로 설명해 보게."
세세한 수학적 표현으로 현상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가능 할지라도，그보다는 물리적 직관을 선호했던 어니스트 로렌스(Ernest Olando Lawrence. 1901 ~ 1958)의 말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물리적 직관력을 가졌던 어네스트 로렌스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캠퍼스 교수로 근무하던 1929년 어느 봄날 저녁, 우연히 살펴보던 독일 학술지에 실린 하전입자의 새로운 가속방법<그림 1>에서 사이클로트론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작은 크기의 '밀기' 작용을 같은 방향으로 연결하여 입자가 고에너지를 가지도록 가속하는 선형 가속기를 보고, 로렌스는 긴 직선을 원으로 바꿀 생각을 한 것이다.

20세기 초반 물리학자들은 원자구조를 조사하고 방사성 동위 원소를 만들기 위해 입자가속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도 원자를 이루는 기본입자에 대한 실힘은 대형 입자가속기로 수행하고 있다. 양성자에 강한 전기장을 걸어주면 진하량 값과 전기장 값을 곱한 크기의 에너지로 가속되고, 이렇게 가속된 양성자를 원자에 충돌시킬 수 있다. 그런데 처음에 만든 가속기는 앙성자를 강한 전기장 영역에 한번만 통과시켰기 때문에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양성자가 통과하는 전기장 영역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연결하되， 이미 가속도를 받은 하전입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뒤로 갈수록 전기장을 강하게 만드는 새로운 가속방법이 로렌스가 살펴보던 독일 학술지에 실린 것이다. 문제는 원자핵 충돌실험을 할 만큼 양성자를 충분히 가속시키려면 가속기의 길이가 길어지고， 대학 실험실에 설치하기에는 너무 컸다.

어니스트 로렌스는 양성자가 원운동을 반복하면 긴 직선을 운동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리라 보았다 하전입자가 진행방항과 수직인 자기장을 만나면 원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우선, 단면이 반원인 납작한 반원기둥 두 개의 지름부위가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하고 반원의 단면과 수직방향으로 자기장을 걸어주었다. 이렇게 마주보는 반원기둥 사이에 전기장이 형성되도록 전극을 가해주고 그 사이로 양성자를 입사시켰다.

이렇게 되면 양성자는 전기장의 힘을 받아 한 개의 반원기둥 내부로 가속되어 들어가고， 들어간 반원기둥 내부에서는 자기장의 영항으로 원운동을 한다. 앙성자가 원운동을 하다가 다시 반원기둥을 벗어나 사이 공간에 올 때 전기장의 방향을 바꾸어 주면 양성자는 다시 가속되어 반대편 반원기둥으로 들어가서 원운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양성자는 반원기둥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전기장으로 가속되어 속도가 증가하므로 반원기둥 사이를 지날 때마다 회전반지름은 점점 커지게 된다.

즉, 처음에 중심부와 가까운 곳에서 작은 크기의 속도로 입사한 양성자는 균일한 자기장을 가지는 첫 번째 반원기둥 내에서 원운동을 하다가 반원이 끝나는 지름부 위치에서 첫 번째 반원기둥 밖으로 나오게 된다. 양성자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에 첫 번째 반원기둥은 양의 전기극성을 가지고 마주보는 두 번째 반원기둥은 음의 전기극성을 띠거나 접지되어 양성자는 전기장의 힘을 받아 가속된다. 가속에 의해 속도가 커진 양성자는 두 번째 반원기둥의 지름부로 들어가면서 두 번째 반원기둥 내에서 첫 번째 반원기둥 안에서보다 회전반지름이 큰 원운동을 한다. 원운동을 하다가 이번에는 두 번째 반원이 끝나는 지점에서 반원기둥 밖으로 나오며， 이때는 두 반원기둥의 극성이 바뀌어 양성자를 정전기장으로 또 가속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하전입자의 속도는 점점 더 커지고 회전반지름도 점점 더 커지다가 반원기둥 테두리부 가까이까지 가게 되면 밖으로 방출된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순환운동을 한다고 해서 장치이름을 사이클로트론(Cyclotron)이라고 하였다.

사이클로트론은 자기장의 크기가 일정해서 양성자의 속도가 커지면 원운동의 반지름도 커지기 때문에 원을 반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동일하다. 그런데 반원운동 시간에다 마주보는 두 반원기둥 사이를 통과하는 시간을 더해서 전국의 방향을 바꿔 주어야한다. 양성자의 질량이 작기 때문에 이 값은 상당히 작아서, 어니스트 로렌스가 당시 기술로 이를 구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고, 결국 대학원생이던 스탠리 리빙스턴 (Milton Stanley Livingston, 1905~1986)의 도움으로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사이클로트론을 제작하여 “Method and apparatus for acceleration of ions”란 이름으로 특허출원<그림 2>하였다. 당시 제작한 사이클로트론의 지름은 27인치였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이클로트론의 발명과 개발에 대한 기여와 인공 방사능 동위원소 등 사이클로트론으로 얻어진 결과물에 대한 기여”로 193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영광을 누린다.

이후 입자가속기는 다양한 종류로 개발되며 발전한다. 사이클로트론은 자기장이 균일하기 때문에 하전입자의 속도가 커질수록 반지름도 커져야 하지만 점차 기술이 발전하여 자기장의 크기도 하전입자의 회전 시간 간격에 맞춰 늘릴 수 있게 되자 싱크로트론(synchrotron)이 개발되었다. 즉, 속도가 늘어나는 만큼 자기장도 증가시키면 곡률이 커져서 회전반지름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으므로, 장치의 크기는 늘이지 않으면서도 자기장 크기 조절로 빠른 속도의 입자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도 싱크로트론의 한 종류이다.

가속기를 이용한 원자 연구는 원자폭탄의 개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우라늄 동위원소인 원자량 235로 우라늄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지만 자연 상태의 우라늄은 99.2742%가 원자량 238이어서 우라늄 원자폭탄의 원료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라늄 238에 가속기로 중수소를 충돌시키고 베타붕괴를 거치는 과정 등을 통해 풀로토늄 동위원소 239를 만들면 플로토늄 원자폭탄의 재료가 된다.

로버트 윌슨의 가속기 응용연구 제안

“아닙니다. 단지 우리 서로에 대한 존중, 인간의 존엄, 문화에 대한 우리의 사랑하고만 관련이 있습니다. (중략) 이 나라를 지킬만 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라를 지키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미국의 신설 국립 가속기연구소장을 맡은 로버트 윌슨(Robert Rathburn Wilson. 1914~2000)이 1969년 열린 미국 의회 원자력 합동위윈회에서 가속기연구의 국가안보 관련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말이다. 이 멋진 답변으로 그는 1974년에는 페르미 연구소로 이름이 바뀌는 신설연구소의 예산지원을 의회로부터 받아내, 예술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연구소를 건설하게 된다.

로버트 윌슨은 1932년에 버클리대학에 입학하며, 어니스트 로렌스의 연구실에서 1940년에 “사이클로트론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러나 검약을 미덕으로 알았던 어니스트 로렌스의 연구실에서 고무로 된 밀봉재를 잃어버려 기부자 앞에서 실험을 못한 일로 한 번, 용접 작업 중에 비싼 집게를 녹여버리는 바람에 또 한 번, 두 번이나 해고를 당한다. 두 번째 해고 뒤에도 복직 제안을 받지만 이번에는 프린스톤으로 떠나서 원자폭탄의 핵심물질이 되는 우라늄 235를 분리하는 데 성공하고 2차대전 중 원자탄 개발계획인 맨하탄프로젝트에도 합류하게 된다.

그러나 원자폭탄의 비극을 목격한 로버트 윌슨은 원자 에너지의 국제적 관리와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관련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여, 윌슨은 하버드대 조교수로 재직 중이던 1946년에 양성자를 이용한 암치료분야의 기초가 되는 기념비적 논문인 “빠른 양성자의 방사선학 응용”을 발표한다. 이 논문에서 그는 사이클로트론에서 가속된 양성자가 인체의 조직 내부로 침투 가능함을 밝히고 의학 및 생물학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음을 제안하였다.

로버트 윌슨과 함께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리차드 파인만의 회고에 의하면, 원자폭탄 시험폭발인 트리니티 실험 성공으로 모두가 기뻐할 때 윌슨은 인류가 맞닥뜨릴 재앙에 대해 걱정했던 유일한 현장과학자였다고도 한다. 이러한 고민이 그로 하여금 원자력뿐 아니라 가속기의 평화적 이용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한 동인이었을 것이다.

암치료를 위한 방사성치료장비로 사용되고 있는 X-선, 감마선 등 광선 치료장치는 체내에 위치한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약화시키는 과정에서 암 조직 전후에 위치한 정상조직에도 방사선 피폭을 남긴다. X-선이나 감마선이 전자기파이기 때문에 암 세포가 위치한 지점까지 진행하면서 많은 에너지가 경로상에 위치한 세포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자가속기로 양성자나 탄소이온 등 앙이온을 가속하여 인체내부로 주입하면 진행경로상에 위치한 조직이나 세포에는 흡수되지 않고 목표하는 지점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그 지점의 분포를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 한다<그림 3>. 윌슨은 브래그 피크 부근에서 앙성자가 주변 분자를 이온화하면서 소멸하여 암세포조직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존 로렌스의 선구적 양성자 암치료

윌슨의 제안이 의학현장에서 바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우연하게도 로버트 윌슨의 스승인 어네스트 로렌스의 동생이 의사였다. 의사인 존 로렌스(John Hundale Lawrence, 1904~1991)는 1935년부터 이미 형의 연구실을 방문했으며, 형의 사이클로트론으로 만든 인(P) 방사성 동위원소로 백혈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가 로버트 윌슨의 논문을 참조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윌슨의 논문발행 6년 뒤인 1954년에 최초로 암환자에게 사이클로트론 양성자치료를 시행하였고, 이후 30여 명의 암환자를 더 치료하였다. 형은 사이클로트론을 개발하여 노벨물리학상을 받고 동생은 이를 응용하여 암 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57년에는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싱크로트론으로 가속한 양성자를 이용해 악성종양을 치료했으며, 1961년에는 하바드 사이클로트론 연구소와 메사추세츠 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이 협업하여 양성자 암 치료를 하였다. 그러나 입자가속기를 설치하려면 별도 건물을 지어야 할 정도로 큰 투자를 해야 하므로 그 효과에 비해 병원으로 확산되는 속도는 늦었다.

1989년 영국의 클래터브리지 센터(Clatterbridge Centre for Oncology)는 최초로 병원에 사이클로트론을 설치하여 양성자 암 치료를 수행하였다. 이보다 조금 늦은 1990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로마린다대학(Loma Linda University)은 대규모로 대학병원에 양성자빔 암치료기를 설치했으며 지금은 세계 최대의 양성자 치료센터로 발전하였다. 로마린다 대학에서는 1985년에 이미 양성자 치료 협력단(Proton Therapy Cooperative Group)을 페르미연구소에 파견하여 싱크로트론 설계기술을 지원받았다. 로버트 윌슨이 설립을 주도한 바로 그 연구소이다.

앙성자 암치료는 X-선보다 안전한 치료법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입자가속기를 설치하고 환자에게 입자빔을 주입하는 장비인 갠트리(Gantry)와 갠트리까지 하전입자를 전달하는 빔 가이드를 갖추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설투자<그림 4> 속도는 아주 느린 편이다.

양성자 치료기의 미래

그럼에도 보다 안전한 암치료장비에 대한 열망은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있다. 로마린다 대학의 선구적 투자 이래로 2016년 현재 양성자 암 치료실은 전 세계적으로 207실까지 확대되었다. 한국에도 국립암센터가 사이클로트론을 2007년에 도입하여 운영중이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양성자 암 치료실은 약 12,000실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앙성자를 이용한 암 치료 대상부위는 전립선, 뇌 기저부, 폐 등에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방사능 피폭에 민감한 소아를 대상으로 한 소아암 분야에 응용이 확대되고 있다.

양성자 치료기를 포함하는 양성자 치료실의 설치비용은 기술의 발전에다 수요증가로 앞으로 더욱 내려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이클로트론 등 입자가속기는 점점 더 소형화되고 있어서 갠트리에 직접 설치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입자가속기에서 빔가이드 없이도 갠트리로 입자빔을 바로 보내줄 수 있게 된다.

어네스트 로렌스와 그의 동생 존 로렌스, 그리고 제자 로버트 윌슨이 서로의 어깨 위에 올라가서 발전시켜 나간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연구개발은 보다 안전하고 치료효과 높은 양성자 암 치료기를 인류에게 선사하였다. 한 나라뿐 아니라 인류문명 전체를 가치 있게 만든 멋진 발명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