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웰의 전자기파 이론
“가장 투명한 공기는 에테르(æther or ether)라고 불린다.”
플라톤(Platon)이 티마이오스(Timaeus)에서 한 말이다. 그리스어로 ‘순수하고 신선한 공기’라는 뜻인 에테르는 필멸의 인간이 숨 쉬는 공기처럼 불멸의 신들이 호흡하는 순수한 본질로 생각되곤 했다.
이처럼 천상의 물질로 생각되던 에테르는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물질로 과학에서 받아들인다. 빛을 파동으로 보았던 입장에서는 공기가 없는 공간을 빛이 지나가려면 매개물질로 에테르를 내세웠다.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빛을 입자로 보았는데도 에테르의 존재를 인정했는데 자신이 주장한 중력의 매개물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리학자들도 처음부터 공간은 있으나 물질은 없는 텅 빈 공간에 대한 상상을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진공을 포함한 모든 공간을 채우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에테르는 20세기 초에 그 존재가 부정되기 전까지는 우주 공간을 떠도는 별과 행성에 대한 기준 좌표였을 뿐 아니라 물리현상을 설명하는 준거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빛의 본질을 입자라고 보아서, 에테르를 통과하는 파동이라는 입장으로부터 비판받았던 뉴턴도 정작 에테르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당시 생각에 에테르 말고는 태앙과 지구사이의 중력 매개체를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에테르를 매질로 필요로 하는 파동은 또 있었다.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Oersted, 1777~1851)가 1920년에 전류가 자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발견하고, 그 다음해인 1921년에는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가 자석을 움직이면 전류가 흐르는 도선이 힘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켈빈(Lord Kelvin(William Thomson), 1824~1907)은 1847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기장이라는 개념을 끌어내면서 열과 같이 에테르를 통해서 전파된다고 설명했다. 자기장과 전기장의 개념을 더욱 발전시킨 물리학자는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로, 1865년에 에테르를 통해 전기장과 자기장이 횡파인 탄성파로 전파해 나가며 그 속도가 빛과 같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렇게 되면, 빛은 에테르를 통해 전파해 나가는 전자기파의 한 종류가 된다.
헤르츠의 전자기파 실험과 마르코니의 실용화
“우리가 사는 우주 공간에는 어디에나 과학자 맥스웰이 발견한 냄새도 없고 무게와 빛깔도 없는 에테르라는 것이 있어서 그것이 전파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맥스웰의 이론에 따라 전자기파를 실험으로 구현한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가 한 말이다. 에테르는 그 후 마이켈슨(Albert Abraham Michelson, 1852~1931)과 몰리(Edward Williams Morley, 1838~1923)의 실험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밝혀졌지만, 맥스웰이 예측한 전자기파를 전송한 헤르츠(Heinrich Rudolf Hertz, 1857~1894)는 에테르 이론의 신봉자였다. 헤르츠는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헬름홀츠(Hermann Ludwig Ferdinand von Helmholtz, 1821~1894)의 제안에 따라 맥스웰이 예견한 전자기파를 발진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음극선도 에테르를 통해 전파하는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주파수 단위(1헤르츠는 1초에 한 번의 진동함을 뜻하는 주파수 단위)에 이름을 남긴 헤르츠는 1888년, 유도코일을 통해<그림 1>의 송신기(transmitter)에서 스파크 간격(spark gap)에 고전압을 공급하여 도선에 고주파(radio frequency) 전류의 정상파를 생성하고, 이로부터 고주파를 발진시킨다. 생성된 고주파는 무선으로 전파하여 고리 안테나(loop antenna)와 스파크 간격을 구비한 수신기(receiver)에서 검출된다. 충전된 축전기가 코일과 연결되어 있을 때는 전하를 축전기에서 빠른 속도로 방출하다가 되돌리기를 반복하는 현상인， 전류 방전 진동현상을 이용한 장치였다.
헤르츠의 전자기파를 실험실에서 밖으로 끌어낸 사람은 마르코니(Guglielmo Giovanni Maria Marconi, 1874~1937)와 테슬라(Nikola Tesla, 1856~1943)였다. 무선전신 개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1895년에 무선 통신을 개발한 마르코니였지만 테슬라는 2년 앞선 1893년에 무선 통신에 성공했다는 기록이 있다. 심지어 미국 특허도 1900년에 출원(US Patent 763,772)한 마르코니보다 1897년에 출원(US Patent 645,576)했던 테슬라가 빨랐으며, 이는 1943년에 미국 대법원에서도 인정한 사실이므로 무선통신 기술의 개발자 또는 발명자의 영예는 테슬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하지만 마르코니의 무선통신 기술에 대한 최초 특허출원은 영국(British Patent No. 12,039, Improvements in Transmitling Electrical impulses and Signals, and in Apparatus therefor)과 미국(US Patent 586,193, Transmitting electrical signals)에서 테슬라보다 빠른 1896년에 이루어졌고, 1900년 출원 특허는 마르코니의 여러 특허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선전신기술 개발자로서 마르코니의 위상과는 무관하다는 것은 대법원 판결문(US Supreme Court, 1943, “ Marconi Wireless Telegraph Co. of America v. United Status". 320 US 1. Nos. 369, 373, April 9-12)에도 적시된 사실이다. 다만, 테슬라가 무선통신에 먼저 성공했기 때문에 그를 선구자로 인정하자는 주장도 많다.
마르코니의 공로는 실용화와 상업화에 성공했다는 점에 있다. 1898년에 도버해협을 횡단하는 50km 무선전송에 성공했고, 1900년에 121km 떨어져 있는 바다 위 군함과도 통신에 성공한 마르코니는 1901년에 대서양을 횡단하는 5,000km 무선통신까지 성공한다. 기술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던 마르코니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무선전파가 직진하여 지표면상으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거리는 320km를 넘지 못할 거라는 과학자들의 조언을 무시했는데, 오히려 전파신호의 대서양횡단 성공을 통해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전리층의 존재가 밝혀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대 초반부터 발명과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마르코니는 아마추어 과학자에 불과하다는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그 때문인지 말년에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브라운의 개선
맥스웰의 전자기파 이론이 헤르츠에 의해 실증되고 곧 이어 마르코니에 의해 실용화가 시도됐지만 마르코니의 송신장치에서 방출하는 전파는 진행해가면서 급격하게 감쇄하여 수신장치에서 제대로 된 신호를 검출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신호를 검출해도 다른 송신장치에서 발송되는 전파와 간섭해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과학적 발견이 아주 빠른 시기에 기술개발로 이어졌지만 기술자였던 마르코니가 혼자서 이 장벽을 뚫지는 못했다. 전자기학과 파동이론의 전문가가 나서야 할 차례였다.
음극선관의 전자빔이 도달하는 유리관벽에 형광체를 발라서 형광현상을 관찰하는 브라운관을 만든 독일의 과학자 브라운(Karl Ferdinand Braun, 1850~1918)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탰다. 브라운은 <그림 4, 5>의 특허(US Patent 750,429, Wireless electric transmission of signals over surfaces, US Patent 763345, Means for tuning and adjusting electric circuits)에서 볼 수 있듯이, 송신기에 폐쇄 동조 회로(closed tuned circuit)를 도입하고 이를 안테나에서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브라운의 특허 중 특히 동조기술과 관련된 것은 마르코니의 회사에서 실시했으며, 브라운은 브라운관이 아니라 무선전신의 개발에 대한 공로로 1909년 노벨 물리학상을 마르코니와 공동 수상하게 된다.
브라운의 동조기술은 송신장치에서 발송하는 전파가 수신장치와 공명현상을 일으켜 전달효율을 높였다. 송신장치와 수신장치의 주파수를 동조시키기 때문에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가진 다른 송신장치로부터 나온 파동과 일으키는 간섭도 최소화되어 실질적인 장거리 무선전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라디오를 거쳐 무선전화기로
무선전신은 전자기파에 신호를 실어 보내는 것이므로 전선으로 신호를 보내는 유선전신을 개선한 기술이다. 유선전신은 모스(Samuel Finley Breese Morse, 1791~1872)에 의해 이미 1844년에 워싱턴 D.C.와 볼티모어 사이에서 신호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모스부호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전파에 음성을 전달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음성신호도 1892년에 벨(Alexander Graham Bell, 1847~1922)이 뉴욕과 시카고를 연결하는 장거리 전화로 원거리 전송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선 송신기술이 급격히 발전되어 페센덴(Reginald Aubrey Fessenden, 1866~1932)이 1906년에 진폭변조(AM, amplitude modulation)방식으로 무선전신에 음성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1909년에는 헤롤드(Charles David Herrold, 1875~1948)가 전방향 안테나를 만들어서 단일 수신기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내로캐스팅(narrowcasting)을 뛰어넘어 여러 개의 수신기로 동시에 신호를 보내는 방송을 시작하였다.
1912년에 일어난 큰 비극이었던 타이타닉 호 사고에서 무선전신이 생존자 구조에 큰 기여를 하자 다음 해인 1913년에는 “해상에서 생명안전을 위한 국제회의”가 소집되어 유인 선상 라디오방송국이 24시간 가동돼야 한다는 조약이 제정되기도 했다. 마침내 1933년, 암스트롱(Edwin Howard Armstrong, 1890~1954)은 주파수 변조(FM, frequency modulation) 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한다. 오늘까지 쓰이고 있는 라디오기술이 완성된 것이다.
송신기술과 함께 수신기술도 발전하며, 이 과정에서 무선을 뜻하던 단어인 라디오는 무선 수신기란 의미를 함께 가지게 된다. 최초의 수신기는 광석 수신기였으며 인도 출신인 보세(Jagdish Chandra Bose, 1858~1937)가 전자파를 검출하기 위해 반도체 접합(semiconductor Junction)원리를 이용한 방연석(galena) 결정을 사용하여 개발하고 1904년에 특허(US Patent 755,840 Detector for electrical disturbances)를 등록받았다. 곧이어 1905년에는 마르코니 전신회사의 플레밍(John Ambrose Reming, 1849~1945)이 진공관 특허(US Patent 803,684, Instrument for converting atternating electric currents into continuous currents)를 획득하여 무선신호 수신기의 새 장을 열었다.
거대한 하나의 송신기로 신호를 보내고 이를 다시 대형 수신기로 받아야 했던 1대 1 송수신 무선 전신기술은 점차 하나의 방송국에서 수많은 라디오 수신기로 신호를 보내는 1대 다수 기술로 발전하였다. 그 과정에서 소비제품인 라디오 수신기는 트랜지스터기술을 이용하여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작아졌다. 이제는 다시 1대 1 송수신을 구현할 차례였다. 모토롤라의 쿠퍼(Martin Cooper, 1928~)가 1973년 개발한 셀룰러 텔레커뮤니케이션은 마침내 중계기를 사이에 둔 무선 송수신기를 휴대 가능할 정도로 소형화했고, 이는 오늘 날 무선신호에 음성뿐 아니라 데이터까지 함께 주고받는 스마트폰으로 발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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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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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기술]COLUMN_기초과학연구에서 실용화까지_에테르 진동이론에서 무선전화기_Dec.2016.pdf (5.3M) [4] DATE : 2017-03-02 14: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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