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2016년 8월, 10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에게 유전자 변형 작물인 황금 쌀(Golden Rice)을 반대하는 운동을 멈추라고 요청했다. 심지어 이들은 유전자 변형 생물(GMO)을 지지하는 홈페이지(www.supportprecisionagricilture.org)를 개설하고 지속적인 GMO의 안전성 홍보와 함께 추가 지지자를 모집 중인데, 2017년 6월 기준으로 이 운동에 참여한 노벨상 수상자는 124명으로 늘어났다.
황금 쌀을 둘러싼 논란
황금 쌀은 비타민 A의 원료인 베타카로틴(C40H56)을 생산하는 신품종 벼로, 이 벼에서 생산된 쌀을 먹으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개발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비타민A 결핍증(Vitamin A Deficiency, VAD)을 예방할 수 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약 2억 5천만 명의 취학 전 아동들이 비타민A 결핍증을 앓고 있으며, 매년 25만에서 50만 명의 아동들이 시각장애인이 되고 그 중 절반은 시력을 잃은 지 12개월 이내에 사망한다고 한다.
베타카로틴이 노란색을 띠기 때문에 황금 쌀이란 이름을 얻었지만, 이름과는 달리 개발 직후부터 여러 가지 논란에 시달렸다. 공공기금의 지원을 받아 개발했음에도 개발자인 포트리쿠스(Ingo Potrykus, 1933~)와 베이어(Peter Beyer, 1952~)가 특허(US Patent 7838749)에 관한 권리를 다국적 농업기업인 신젠타(Syngenta)에 넘기자 반인도주의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발명자와 신젠타는 저개발국에서 황금 쌀을 생산하거나 후속연구를 통한 신품종을 생산할 때 부과되는 특허료를 면제하기로 하였고, l와 같은 인도주의적 행위에 대해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2015년 인류를 위한 특허상(Patents for Humanity Award 2015)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왜 황금 쌀에 반대하는가? 황금 쌀은 1984년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농업회의에서 제안되었고, 원래는 록펠러 재단의 후원으로 관행육종(Conventional Breeding) 방식인 교배육종으로 이를 얻어내려 하였다. 하지만 이 방식을 이용하여 황금 쌀을 개발하는 데 실패하자, 연구 도중에 유전자 변형(GM) 기술로 바꾸어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유전자 변형 기술은 찬반유무에 따라 이름이 달리 불린다. 반대 진영에서는 유전자 변형 식품의 인체 부작용과 환경 문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유전자 변형을 ‘유전자 조작’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찬성 진영에서는 정밀한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교배육종 과정에서 원치 않는 유전자가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유전자 재조합’이라고 부른다. 반대로의 입장에선 그린피스는 신젠타의 특허기부조차 다국적 식품기업의 홍보전략으로 본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장 마리 랭(Jean-Marie Lehn, 1939~)은 1950년대 멕시코의 밀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린 ‘앉은뱅이 밀’을 개발해서 녹색혁명을 이끌고 그 공로로 197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노먼 볼로그(Norman Ernest Borlaug, 1914~2009)의 교배육종 역시 처음에는 거부되었다는 과거의 경험을 강조한다. 랭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선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이런 행동이 상황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한다. GMO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목표였다면, 아마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하는 편이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접근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라고 과학에 근거해 사람들을 설득시킬 것을 강조했다.
DNA : Deoxyribo Nucleic Acid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 1822~1884)이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특정 형질이 유전되는 법칙을 논문에 발표한 해는 1866년이었다. 완두콩을 이용한 멘델의 발견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인자’의 작용을 최초로 밝힌 것이었으나,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그가 죽은 지 20여 년이 지난 1900년 이후에서야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1909년에는 덴마크의 식물학자 빌헬름 요한센(Wilhelm Johannsen, 1857~1927)이 유전 매개체인 ‘인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유전자(Gene)를 제안하였는데, 이는 ‘낳다’ 라는 어원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유전형질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인 유전자는 1928년 초파리를 연구한 미국의 동물학자 토머스 헌트 모건(Thomas Hunt Morgan, 1866~1945)에 의해 염색체상의 특정한 위치에 배열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의 세균학자 프레더릭 그리피스(Frederick Griffith. 1879~1941)는 유전물질이 세균 사이에서 전달되어 형질전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1944년에 오즈월드 에이버리(Oswald Avery, 1877~1955)는 전달되는 유전물질이 DNA임을 알아냈다.
유전물질의 성분이 DNA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DNA의 구조를 알아내기 위한 경주가 시작되었다. 승리자는 뜻밖에도 무명의 연구자였던 제임스 왓슨(James Dewey Watson, 1928~)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Harry Compton Crick, 1916~2004)이었다. 이들은 1953년에 모리스 윌킨스(Maurice Hugh Frederick Wilkins, 1916~2004)와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 1920~1958)의 X-선 데이터를 이용하여 DNA의 염기배열을 중심으로 한 이중나선 모형을 제시하였고, 윌킨스와 함께 1962년에 “핵산의 분자구조 및 생체 내 기능에 관한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하게 된다.
DNA는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물질이고, 유전자는 유전정보를 지칭하는 기능적 단위체이며, 이러한 유전자를 포함하는 DNA와 기타 단백질 등의 성문이 압축 배열되어 세포핵 속에 염색체를 형성한다. 생물은 종별로 염색체 수가 서로 다른데, 사람은 46개, 초파리는 6개, 소는 60개, 닭은 78개로 염색체 수는 지능이나 크기와 무관하다. 식물 중에서는 양파가 16개, 벼는 24개, 감자는 48개로, 염색체 수만 봐서는 특정 성향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한 생물종의 염색체 전체에 포함되어 있는 DNA 서열을 게놈(Genome)이라고 하는데,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유전체’라고 부른다.
사람의 유전체(Genome)에 포함된 DNA는 30억 쌍의 염기가 이중나선형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그 안에 유전자는 약 3만 개가 분포되어 있다. 유전자는 단백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 엑손(Exon)과 단백질 정보를 가지지 않은 인트론(Intron)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엑손만을 유전자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고, 엑손만이 연결된 유전자를 cDNA라고도 한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경우에는 엑손보다 인트론이 더 많고 더 긴 길이의 DNA 염기서열을 차지한다. 인트론은 리차드 로버츠(Richard John Roberts, 1943~)와 필립 샤프(Phillip Allen Sharp, 1944~)가 발견하였고, 이들은 199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하였다.
제한효소와 혼성 DNA
유전자는 세포의 유전체 내에서 유전특징인 형질을 운반하기 때문에, 작물이나 가축이 새로운 형질을 가지도록 하려면 그 형질을 나타내는 특정 유전자를 유전체 내에 삽입해야 한다. 유전자는 DNA 조각이므로, 결국 추출한 DNA 조각을 개량하고자 하는 작물이나 가축의 전체 DNA에 끼워 넣어야 한다.
특정 DNA 염기서열을 유전체에서 절단하여 DNA 단편을 생산하는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의 작용은 1962년 베르너 아르버(Werner Arber, 1929~)가 발견하였고, 1970년에는 해밀턴 스미스(Hamilton Othanel Smith, 1931~)가 제한효소를 분리 정제하여 제한효소마다 특이한 지점에서 DNA를 절단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 뒤 다니엘 네이선스(Daniel Nathans, 1928~1999)는 원숭이의 종양바이러스 DNA를 절단하고 구조를 설명하여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였다. 아르버와 스미스 그리고 네이선스는 “제한효소의 발견과 분자 유전학 문제에 대한 응용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하였다.
제한효소로 절단한 DNA 단편을 다른 DNA에 삽입한 혼성 DNA는 1972년에 폴 버그(Paul Berg, 1926~)가 최초로 만들었으며, 버그의 혼성 DNA는 유전자 변형 기술로 발전하여 전통적인 교배육종법으로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불가능했던 품종개량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혼성 DNA와 관련된 핵산의 생화학적 기초 연구”에 공을 세운 버그는 198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유전자 변형 작물은 이미 우리의 식탁을 점령했다. 2015년에만 한국은 1,023만 7천 톤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수입했으며, 품종으로는 콩, 옥수수, 감자, 토마토, 면화, 유채 등에 걸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가위 : CRISPR/Cas9
유전자 변형 방식은 원래 품종이 가지고 있던 유전체에 외래 유전자인 DNA 조각을 인위적으로 삽입했다는 사실 때문에 환경단체로부터 인체 부작용과 환경 문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는 대신 원래 품종이 지닌 유전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부 유전자를 제거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시장 전망이 희망적이라는 분석과 기대가 더해져서 치열한 연구개발과 특허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nne Doudna, 1964~)는 2012년 5월 크리스퍼(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CRISPR)라는 유도 RNA가 목표 유전자를 찾아가고 Cas9이라는 효소가 그 유전자를 절단하는 기술을 특허출원하였다. 크리스퍼는 세균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면역시스템으로, 바이러스의 DNA 염기서열을 앞뒤가 같은(Palindromic) 구조로 넣어 기억했다가 다른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Cas9으로 잘라내는데, 이를 응용한 것이다.
버클리캠퍼스의 특허출원 직후인 2012년 10월에는 브로드연구소에서 관련기술을 출원하였다. 이 과정에서 선출원과 후출원 그리고 특허 청구범위의 좁고 넓음이 쟁점이 되어 특허등록과 등록무효 등의 문제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또한 유전가 가위를 둘러싼 논란은 품종개량과 육종방법의 정의, 유전자 변형과 유전자 치료의 개념정립은 물론 인체와 환경문제까지 함께 얽혀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특허청과 미국의 법원에서 결론을 내리려면 202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학과 기술 2017년 8월호_ COLUMN_ 기초과학연구에서 실용화까지_ 글: 문환구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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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8-29 15:01
조회 : 3,939
[과학과기술]COLUMN_기초과학연구에서 실용화까지_유전자 변형_August.2017.pdf (2.5M) [11] DATE : 2017-08-29 15:01:58
http://ebook.kofst.or.kr/book/201708/#page=110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