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0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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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학문적(interdisciplinary) 연구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Newsletter 200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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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문환구
 조회 : 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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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몸무게는 5톤으로 30그램에 불과한 생쥐보다 160,000배나 무겁다. 그런데 생쥐의 맥박은 분당 600회로 코끼리의 분당 30회에 비해 20배나 빠르고, 수명은 약 50년을 사는 코끼리가 2년 정도를 사는 생쥐보다 20배 이상 길다. 그런데 맥박과 수명 비에 공통으로 나온 20은, 몸무게 비인 160,000의 1/4승이 된다. 그렇다면 몸무게와 수명 혹은 수명에 따른 어떤 비례(반비례를 포함하는)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과연 다른 포유동물에서도 많은 경우 몸무게 비의 1/4승에 비례한 맥박감소와 수명증가 규칙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맥박과 수명뿐 아니라 포유동물의 임신기간과 한배에 낳는 새끼의 수 등이 몸무게 비와 어떤 상관관계를 나타낸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끌긴 했지만 그 이유와 원리를 설명해내지는 못했다. 생물학자들은 좀 더 정밀한 연구를 통해 맥박이 몸무게 비의 1/4승에 반비례하여 감소하고, 단위시간당 흡수한 음식물로부터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 대사율이 몸무게 비의 3/4승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1932년에 밝혀냈을 뿐이다.
50여년 이상 별다른 진전이 없던 이 연구는 1995년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도 같은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미국의 브라운(Brown)과 엔퀴스트(Enquist)가 잇게 된다. 답보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연구방법을 모색하던 이들은 물리학자인 웨스트(West)를 연구팀에 합류시켜, 생물학적 접근과 물리학적 탐구를 병행하는 간학문적(interdisciplinary) 연구를 시도한다.
코끼리와 생쥐의 혈관이 똑같이 프랙탈구조라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며, 혈관말단인 모세혈관의 굵기는 서로 같고, 이는 미국 삼나무와 난초처럼 크기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식물의 도관에서도 동일하며, 또한 자연의 모든 순환계망은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연결되어있다는 원리는 공동연구가 찾아낸 성과이다. 이 원리로부터 1/4승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해답이 될 포유동물 대동맥의 굵기, 모세혈관 밀도 그리고 심장크기 등을 정확하게 설명해내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최근 바나버(Banaver)를 비롯한 일단의 물리학자는 이 원리의 적용범위를 자연이 만든 하천과 인간이 건설한 효율적인 수도배관구조에까지 확장시켰다. 도시를 연결하는 수도관을 최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혈관구조를 참고하면 된다.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분야의 성과물을 활용하여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1953년에 물리학자 크릭(Crick)과 생물학자 왓슨(Watson)이 공동연구를 통해 DNA 이중 나선구조를 밝혀낸 경험이 웅변하듯이, 학문간 장벽을 뛰어넘는 협력이 단순한 덧셈이상의 시너지효과를 가져온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학과와 전공이라는 이름의 울타리로 구분 지은 학문단위의 세분화로는 사물을 새로운 각도로 보려는 노력인 학문간 경계허물기의 장점과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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