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iam > 과학이야기 > 축구공차기와 줄다리기

작성일 : 11-01-05 17:26

축구공차기와 줄다리기

글쓴이 : 문환구

얼마 전 어떤 어린이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공이 멀리 나가지 않아 고민이라는 말을 했다. 연습을 해도 잘 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하면 공을 좀 더 길게 찰 수 있을까 물어온 것이다. 하긴 축구는 발로 공을 차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는 손으로 던지는 것보다 떨어지지만 손보다 공을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그런데 다리근육이 덜 발달해서 힘이 약한 사람은 공을 차도 제대로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승부차기(또는 패널티킥)를 하는 거리가 11미터이고, 모서리차기(코너킥)도 모서리에서 골문 앞까지의 거리가 경기장 크기에 따라 32미터에서 37미터정도 되므로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타고난 강한 체력으로 마음껏 멀리 공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몸을 튼튼하게 하는 것과 함께 멀리 찰 수 있는 방법을 알아서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단순한 힘이 아니라 돌림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얼마 전 TV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인기연예인들이 운동을 해서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그 프로그램 마지막 편에서 출연자들이 비행기를 끄는 장면이 나온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 시도한 사람보다 나중에 끌기에 도전한 사람이 더 긴 거리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체력이 강한 사람이 나중에 나온 면도 있었지만 비슷한 힘을 가진 사람을 비교해 봐도 처음 보다는 뒤에 더 먼 거리를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앞사람이 뒷사람에게 요령 혹은 방법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같은 힘을 가지고도 비행기를 더 멀리 당길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맨 처음에 나온 사람은 가장 체력이 좋은 코치였는데도 바닥에 미끄러지느라 거의 끌지를 못했다. 그러자 두 번째 나온 사람부터는 다른 사람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로 받침대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몸의 반동을 이용하라고 했는데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이 부분이 아주 중요했다.

가벼운 물건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팔의 힘으로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비행기같이 무거운 물체를 끌 때는 반동을 주기 위해서는 온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다리를 꼿꼿이 세우고 몸을 뒤쪽으로 눕히는 방법밖에는 없게 된다. 출연자들은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그 순간 같은 크기의 힘으로 가장 큰 돌림힘을 만들어 낸 것이다.

돌림힘이란 물체를 돌리는데 필요한 힘으로 토크(torque)라고도 부른다. 바퀴가 굴러가는 것은 자동차나 자전거입장에서 보면 돌림힘을 가하는 것이 된다. 돌림힘의 크기는 물체에 가해지는 직선방향의 힘과 회전축까지의 거리를 곱한 것으로, 같은 직선방향 힘이 가해진다면 바퀴가 클수록 커진다.

돌림힘의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것이 작은 힘으로 큰 물건을 들 수 있는 지렛대이다. 지렛대에서는 물체에 가해지는 힘에다 받침점까지의 거리를 곱하면 돌림힘이 된다. 비행기를 끄는 사람의 경우를 보면 받침점은 발바닥이 되고 여기서부터 받줄을 걸친 몸의 부위까지가 돌림힘을 계산할 때 곱해주는 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몸의 위쪽에 줄을 걸치고 발을 똑바로 세워 뒤로 넘어지듯이 당기면 같은 힘으로 가장 큰 돌림힘을 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비행기를 끌 수 있는 것이다. 이 원리는 운동회 때마다 하는 줄다리기에서도 응용될 수 있다.

흔히 줄다리기를 시작하면 끌려가지 않으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팔 힘으로만 줄을 당기는 경우도 보는데 아주 좋지 않은 방법이다. 줄을 가슴부근에 강하게 잡고 발을 똑바로 한 다음 그대로 뒤로 드러눕듯이 당겨야 한다. 이때 영차영차 소리에 맞추어 동시에 뒤로 몸을 젖힌다면 순간 돌림힘이 커져서 상대편을 이쪽으로 끌고 올 수 있게 된다.

축구에서 공을 차 멀리 보내는 것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다리를 지렛대로 생각하면 돌림힘을 크게 하기 위해서는, 힘을 크게 하거나 공을 차는 발에서부터 받침점까지의 거리를 길게 해야 한다. 우리가 낼 수 있는 힘의 크기는 같으므로 가능한 것은 받침점까지의 거리를 길게 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발의 일부가 아닌 전체가 지렛대가 되도록 해 주어야 한다.

공을 차는 순간 다리를 구부렸다 펴면 지렛대의 중심축이 무릎이 되므로, 지렛대의 길이는 발에서 무릎까지밖에 안 된다. 다리를 뒤로 젖힐 때는 조금 구부리더라도 공에 맞는 순간 곧게 뻗은 상태로 차게 되면 받침점이 무릎이 아닌 엉덩이부근이 되어 그만큼 지렛대길이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발을 최대한 크게 회전시켜 공과 발이 닿는 시간도 길게 하면(야구편 2에서 설명한 충격량 참고) 충격량이 커져 더 멀리 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