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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05 17:26

미식축구공과 팽이

글쓴이 : 문환구

얼마 전 방한한 한국계 혼혈인 미식축구스타 하인즈 워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혼혈인들에 대한 차별문제를 전 국민이 생각하게 했을 뿐 아니라, 어머니의 헌신과 워드의 효심은 모든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하인즈 워드로 인해 생소하기만 했던 미식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워드가 등장하는 미식축구게임까지 우리나라에 출시된다고 한다.

이름 그대로 미국적인 운동경기인 미식축구는 역시 미국에서 시작된 야구나 농구에 비해 우리에게 그리 익숙하지는 않다. 경기규칙도 복잡한데다 보호 장비가 많이 필요해 경기를 직접 해 본 사람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어쩌다 영화나 TV에서 경기장면을 보면 몸으로 부딪히며 잠시 뒤엉켜 싸우다가 심판이 호각을 불어 경기가 중단되고 마니 경기장면을 끝까지 지켜본 사람도 드문 형편이다.

미식축구는 럭비공처럼 길쭉하게 생긴 공을 이용해 경기를 한다. 공격 팀의 선수가 공을 들고 골라인을 넘어 들어가거나 골라인으로 넘어가 있는 선수에게 공을 패스하여 잡게 되면 터치다운이라고 6점을 얻게 된다. 필드골이나 터치다운 후 추가 득점 등 다른 방법으로도 점수를 얻게 되지만 가장 중요한 득점방법인 터치다운은 미식축구경기의 꽃이다.

선수구성을 간단히 살펴보면 공격최전방에서 수비팀을 저지하며 공격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5명의 라인멘과 쿼터백 1명, 러닝백 2명 그리고 리시버 3명의 11명으로 한 팀이 구성된다. 쿼터백은 라인멘 중 한명인 센터로부터 공을 전달받아 러닝백에게 전달하든지 리시버에게 던져준다. 쿼터백과 리시버간에 주로 이루어지는 패스플레이는 한 번에 많은 거리를 진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거나 공격이 실패할 위험이 높다. 이는 공격할 때의 선수구성이고, 수비팀은 수비 라인멘과 라인백, 디펜스백으로 이루어져 상대팀의 돌파와 전진 그리고 패스를 방어하게 된다.

하인즈 워드의 포지션은 리시버이다. 그러므로 공격라인 앞으로 나가 쿼터백이 던져주는 공을 잡아 전진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며, 보통 키가 크고 빠른 선수가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미식축구 공은 큰 달걀 모양의 타원형으로 되어 있어 꼭 붙잡고 있기에는 좋지만 던지고 받기에는 조금 불편한 편이다. 잘못 던지게 되면 공이 흔들려서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쿼터백은 길이 27.9 ㎝ ~ 29.2 ㎝, 세로 방향의 최대 둘레 71.2 ㎝~72.3 ㎝, 가로 방향의 가장 두꺼운 부분의 둘레 51.5 ㎝~54.6 ㎝ 의 크기에 무게가 396.8 g~425.2 g인 미식축구 공을 멀리 던져야 한다. 그것도 온 몸을 8가지 보호대로 감싸고 그야 말로 몸을 던져 수비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위치를 잡은 같은 편 리시버를 향해서 정확하게 던져야 하는 것이다.

쿼터백은 우선 공의 긴 방향이 날아가는 방향을 향하도록 해서 던진다. 이렇게 하면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보다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날아가는 공을 보면 공의 긴축을 중심으로 팽이처럼 회전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회전하는 공의 각운동량이 보존되는 것을 이용하여 회전축을 고정시켜 공이 흔들리는 것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각운동량이란 회전하는 물체가 가지는 물리량으로, 실제 계산식은 복잡하지만 간단히 특성을 보면 같은 크기에서 물체가 무거울수록 또 회전속도가 빠를수록 큰 값을 가진다. 어떤 물체가 각운동량을 가지려면 돌림 힘(줄다리기와 축구 참조)을 가해야 하며, 또한 한번 각운동량을 가진 물체는 이와 반대되는 방향의 돌림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각운동량을 보존하게 된다. 즉, 회전방향을 유지하면서 계속 회전하려고 한다.

팽이가 각운동량을 설명하는 좋은 보기인데 팽이를 돌리려면 줄을 이용하든 팽이채로 팽이를 때려주든 돌림 힘을 가해야 한다. 한번 돌기 시작한 팽이는 공기와 바닥에서 작용하는 마찰력 때문에 느려지기는 하지만 오래도록 도는 방향을 유지하면서 쓰러지지 않고 돌게 된다. 자전거를 탈 때 바퀴가 굴러가면 넘어지지 않는 이유도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계속 돌아가면서 각운동량을 가지기 때문이다.

미식축구공을 그냥 힘으로만 던진다면 날아가는 도중에 공기저항을 받아 공이 옆으로 빙글 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무엇보다 뾰족한 방향이 앞을 향하지 않아 멀리 보낼 수가 없다. 던질 때 돌림 힘을 주어 긴 방향을 중심으로 강한 회전을 시키면 팽이가 똑바로 서서 돌아가듯이 날아가는 동안에도 처음 방향을 그대로 유지한다. 뿐만 아니라 공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도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공기저항 역시 감소하게 되어 원하는 방향과 거리로 좀 더 정확하게 그리고 멀리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