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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05 17:27

골프의 과학

글쓴이 : 문환구

귀족스포츠이자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리곤 하던 골프가 어느 순간부터 뉴스시간이면 등장하는 볼거리가 되었다. 외환위기의 어려움 속에 많은 국민이 실의에 빠져있을 때 미국 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박세리선수가 보여준 투혼은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뒤이어 김미현, 장정, 박지은 선수 등이 잇달아 보내온 승전보로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00 언더파(under par)라는 용어정도는 익숙하게 되었다.

골프는 가장 지름이 약 4.2cm 정도 되는 공을 막대기로 쳐서 멀리 있는 홀컵이라는 구멍에 넣는 경기로 들어갈 때까지 공을 친 횟수가 적은 사람이 이기는 단순한 경기이다. 골프가 유래된 곳이라고 주장하는 곳 중 하나인 스코틀란드 지방의 빗물 홈통의 크기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홀컵의 지름은 10.8cm이니 공을 넣는 골대 중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일 것이다. 반면에 경기장 크기는 보통 산 하나를 다 차지하니 경기장 크기로는 구기종목 중 가장 크다.

골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적은 횟수로 공을 쳐야 하는데 그러자면 우선 공을 홀컵 가까이로 보내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홀컵이 있는 곳에 가까이 보내기 위해 공을 멀리 쳐내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물론 선수의 힘과 정교한 방향조절도 중요하지만 사용하는 골프공과 골프채에 따라서 공이 날아가는 거리가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골프의 역사는 골프공과 골프채 개선의 역사이기도 하다. 물론 경치가 아름다우면서도 경기하기에는 어려운 골프장을 만드는 것도 골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는 하다.

골프공은 45.95g보다 지 않아야 하고, 크기는 42.67mm보다 작지 않은 공모양(구형)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대칭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지만 공모양을 유지한다면 표면에 흠집이 있는 것은 괜찮다. 야구공을 설명하면서 언급했지만, 공이 속도로 공기 중을 지나면 공 앞쪽에 있던 공기는 공의 표면을 타고 흘러 뒤쪽으로 오게 된다. 그런데 공의 속도가 빨라지면 공의 표면을 타고 흐르던 공기는 공 바로 뒤에 붙지 못하고 조금 뒤쪽으로 쳐지게 된다. 이 순간 공 뒤에 만들어지는 약한 진공, 즉 공기가 희박하게 되는 부분이 앞으로 나가려는 공을 뒤쪽으로 잡아당기는 것이다.

야구공이 실로 꿰맨 자국인 솔기를 이용해 공기의 흐름을 어지럽게 한다면 골프공은 규칙적인 작은 홈을 공 표면에 만들어 공기의 흐름을 더욱 어지럽게 한다. 이렇게 되면 매끄러운 공의 표면을 타고 흘러 공 바로 뒤에 생기던 약한 진공은 상대적으로 뒤편에 생기게 되어 공을 뒤로 잡아당기는 힘이 약해지는 것이다. 골프공 표면에 있는 홈의 개수는 제품마다 제각각인데 250여개에서 1000개 가까이 되는 것도 있다. 홈의 모양도 둥근 것에서 육각형 등 제각각인데 그 모양과 배치는 특허로 등록하기도 한다.

골프공과 함께 골프채에 대한 연구와 개선도 활발하다. 경기도구의 숫자와 가격에 있어서도 골프는 다른 구기종목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그만큼 돈이 되는 것이라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골프채는 클럽(club)이라고 하는데 공을 치는 부분(골프채 해드라고 한다)의 모양에 따라 우드, 아이언, 퍼터 등으로 불린다. 이 중 우드에 대해서 보면 처음에 감나무로 만들던 것이라 지금까지 우드라고 부르지만 지금은 스테인레스 스틸 또는 티타늄 등 신소재로 만든다. 특히 티타늄은 강하고 내식성이 크면서도 가벼운 금속으로 항공기등에 이용되고 최근에는 휴대폰 등에도 사용되고 있는 고급재료이다.

가벼운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골프채가 공에 맞는 순간 공에 더 많은 충격량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충격량은 질량과 속도를 곱한 값인데 질량이 커도 충격량이 커지는 효과가 있지만 골프채를 휘두르는 속도가 줄어들게 되어 전체적인 값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드가 너무 가벼워지면 속도가 조금 빨라진다 해도 작은 질량값 때문에 충격량이 너무 작아지므로 적절한 크기의 값을 찾는 것이다.

단단한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공과의 반발계수를 크게 하기 위함이다. 반발계수는 두 물체가 서로 충돌할 때 얼마나 잘 튕겨나는가의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물체가 단단할 수록 잘 튕겨진다. 단단한 당구공이 반발계수가 크고 진흙덩어리는 반발계수가 아주 낮다. 진공 속 1m 높이에서 골프공을 떨어뜨렸을 때 공이 튀어 오르는 높이가 80cm이면 반발계수는 0.8이 된다. 골프채 중 가장 멀리 보내는데 사용되는 드라이브라는 골프채의 반발계수는 0.9가까이 되기도 하는데 한국여자골프협회에서는 앞으로 드라이브의 반발계수를 세계기준인 0.83이하로 제한한다고 한다.

골프채의 자루부분(shaft)도 처음에는 나무였다가 지금은 스테인레스 스틸이나 흑연재료(graphite)를 사용하는데 흑연재료는 가볍고 스테인레스 스틸은 조금 무거운 편이다. 이 역시 선수마다 충격량을 가장 크게 하는 무게를 고르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신소재로 개발된 나노튜브라는 탄소물질을 사용하여 흑연재료만큼 가벼우면서도 공에 맞는 순간 조금이지만 휘지도 않는 골프채자루를 연구하고 있기도 한다. 이처럼 골프공과 골프채에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