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05 17:27
테니스라켓의 과학
 글쓴이 : 문환구
조회 : 8,510  
요즘은 사치스런 운동으로 누구나 골프를 얘기한다. 그래서 폭우가 내려 수해가 발생하거나 긴급한 안건을 처리해야 할 때 정치인들이 골프를 치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 종종 생기곤 한다. 하지만 골프인구가 지금의 경비행기조정이나 승마를 즐기는 사람처럼 드물었던 20~30년 전에는 요즘의 골프에 해당하는 고급스포츠자리를 테니스가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테니스용구를 마련하거나 테니스장을 사용하기 위한 비용이 현재의 골프만큼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었다. 지금도 테니스는 골프와 더불어 선진국에서 많이 하는 스포츠이고 유명 선수들이나 세계적인 대회도 주로 몇몇 부자나라가 독차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가 전보다 잘 살게 되면서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테니스 인구는 상대적으로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이 생긴다는 소식은 자주 듣지만 주변에 있던 테니스코트는 오히려 하나씩 없어지는 것을 보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골프선수는 여자선수를 중심으로 제법 나오고 있는데, 테니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테니스는 700여년전 프랑스 수도원에서 고안되어 이후 귀족과 성직자들이 즐기던 손바닥으로 공을 치던 놀이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 후 영국에 이 경기를 소개하면서 공을 치라고 하는 프랑스말 테네(tennez)가 경기이름인 테니스(tennis)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테니스공이 크기가 작으면서도 야구공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된 것은 처음에 손으로 쳐서 넘기는 경기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뒤 손이 아프지 않도록 장갑을 끼고 경기를 하다가 500여년 전부터 라켓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규칙을 제정하는 등 근대적 스포츠의 형태를 갖춘 것은 불과 150여년 전이다.




테니스에서 점수를 내려면 상대방이 받아 넘기지 못하도록 공을 빠르게 쳐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정확한 타격이다. 야구방망이와 달리 테니스라켓은 둥글고 크기 때문에 맞추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큰 힘을 줄 수 있는 지점은 정해져 있다. 이 지점을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라고 하는데 방망이나 라켓이 공과 충돌했을 때 나타나는 진동이 상쇄되어 상대적으로 진동이 가장 작게 나타나는 지점이다.




야구선수가 방망이를 크게 휘들렀을 때 스위트 스팟에 맞으면 홈런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지점에 맞으면 방망이가 부러지는 수도 있고 대개는 파울 볼이 되기 쉽다. 테니스라켓은 야구방망이보다 넓으므로 스위트 스팟 부위도 넓지만, 라켓은 계란 모양의 프레임(라켓 테두리)과 줄로 구성되어 있어서 줄이 느슨해지거나 프레임이 단단하지 못하면 공과 충돌시 진동이 커질 수 있어 스위트 스팟이 좁아질 수 있다.




스위트 스팟은 라켓 프레임이 크고 무겁고 단단할수록 넓어진다. 그러나 라켓이 무거우면 시합하는데 무리가 따르고 크기는 길이가 81.28cm 이내, 전체 폭이 31.75cm 이내라는 제한이 있다. 허용범위 내에서 최대한 큰 라켓을 만들면서 지나치게 무겁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재료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금속 중에서 가볍고 단단한 소재로는 항공기에도 사용되는 알루미늄이 있다. 한때 알루미늄 소재의 라켓이 널리 쓰이다가 재료과학의 발달로 더 가볍고 단단한 탄소섬유 소재로 라켓을 만들게 되었다. 탄소는 연필심으로 사용하는 흑연을 구성하는 원자이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다이아몬드의 구성원소이기도 하다. 탄소섬유소재 라켓은 알루미늄 라켓에 비해 가벼워서 더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스위트 스팟은 넓어졌다.




과학기술이 단순히 라켓의 스위트 스팟을 넓게 하는 것에 그친 것은 아니다. 테니스공이 더 강한 힘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전기장치도 사용되었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자.




라켓에 공이 맞는 순간 공과 충돌한 부분의 줄은 조금씩 늘어나며 아무리 단단한 라켓의 프레임이라도 조금은 휘어지게 된다. 라켓의 손잡이부분에는 압전체가 들어있는데 압전체는 외부에서 힘이 가해져서 변형이 일어나면 전기가 발생한다. 걸을 때 빛이 나는 어린이의 신발이나 땅에나 벽에 부딪히면 빛이 번쩍하는 장난감 공에는 압전체가 들어있기 때문에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전기가 발생해 불빛이 나는 것이다.




테니스라켓의 줄이 공과 부딪히는 충격을 손잡이에 전달하고 이 힘에 의해 손잡이에 있는 압전체는 전기를 발생시킨다. 이 전기는 프레임의 양쪽면에 심어져 있는 전자석을 작동시킨다. 이 때 전자석은 마주 보는 방향으로 같은 극을 가지도록 설치되어 있어서 전자석이 작동하는 순간 서로 밀어내게 된다. 공의 충격으로 인해 휘어진 라켓의 프레임이 자석의 힘으로 서로 밀게 되면 줄도 함께 펴지면서 공을 밀어내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이 힘은 그야말로 느끼기 힘들만큼 작지만 선수들은 이런 미세한 차이로 승패가 갈리기도 하므로 결국 이런 라켓을 찾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