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05 17:28
스키의 과학
 글쓴이 : 문환구
조회 : 7,364  
겨울은 동식물에게 생존을 위해 버티어내야 하는 계절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도 있고 알이나 유충으로 겨울을 넘기는 동물도 있다. 그런가 하면 뿌리만으로 버티는 풀과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서 있는 나무도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곤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가을이 깊어 가면 ‘겨울나기’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겨울을 기다릴 뿐만 아니라 겨울이 따뜻하지 않고 제대로 춥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겨울용품생산과 판매에 관계하는 사람과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다. 여름에 즐기던 수영과 겨울에 타는 스케이트가 실내경기장이 생기면서 계절에 관계없이 즐기는 운동이 된 것과는 달리, 산 하나를 통째로 사용해야 하는 스키는 실내경기장이 없기 때문이다.




스키는 높은 산위에 올라가서 눈 위를 미끄러져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운동이다. 나무에 매달려 있던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같이 지구의 인력에 의한 것이다. 이 움직임은 물체의 내부에너지를 제외한 역학적 에너지로 파악할 수 있다.




높은 곳에 있을 때는 위치에너지만 가지고 운동에너지가 없지만 아래로 내려오면서 위치에너지는 작아지고 운동에너지가 커지다가 바닥에 도달하면 운동에너지만 가지게 된다. 이 때 마찰 등으로 인한 에너지손실이 없다면 모든 위치에서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더한 값은 항상 일정하다. 이를 물리학에서는 역학적 에너지 보존법칙이라고 말한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경사진 길을 내려갈 때 더 높은 곳에서 내려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역학적 에너지 보존법칙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에 비해 스키는 높은 곳에서 내려와도 도착지점에서 속도가 그렇게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바퀴가 굴러가는 것과 비교해서 스키 플레이트는 눈 위를 미끄러지면서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마찰은 고체 물체가 다른 고체 위를 미끄러지거나 구를 때 이를 방해하는 힘으로, 마찰에 의한 힘 때문에 비탈진 산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걸어 내려올 수 있다. 그런데 스키 플레이트는 어떻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일까?




비탈길의 기울기가 크면 마찰이 있다고 해도 미끄러져 내린다. 조금만 움직여도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위치에너지 변화가 아주 크기 때문이다. 가파른 산길을 내려올 때 나무나 바위를 붙잡는 것은 신발바닥과 땅과의 마찰만으로는 미끄러짐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마찰로 인해 땅과 닿아있는 발은 운동을 않으려 하고 몸의 다른 부분은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기 때문에 미끄러지기 보다는 굴러 내려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스키 슬로프도 가파르게 되어 있으면 어떻게든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지만 마찰로 인해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으려면 스키 플레이트와 슬로프의 눈 사이에 마찰력이 작아지는 것이 필요하다. 마찰을 작게 하려면 고체가 고체와 직접 맞닿지 않도록 그 사이에 액체를 넣어주면 된다. 톱니바퀴 사이나 기계장치의 축에 윤활유를 넣어주는 것은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스키 플레이트는 눈 위에서 움직이게 되면 마찰로 인해 열이 발생한다. 최근 과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이때 발생하는 마찰열은 순간적으로 눈의 표면을 살짝 녹여 수 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밀리미터) 두께의 물로 된 얇은 층을 만든다고 한다. 스키 플레이트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플레이트 표면과 닿는 부분의 눈이 녹아 그 물 위로 플레이트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다. 즉, 바퀴를 이용해 굴러 내려오는 것보다는 마찰력이 크지만 운동을 멈출 만큼 크지는 않은 마찰력이 생긴다.




한편, 얇은 물로 된 층을 만들어 마찰을 줄이는 것은 스키와 비슷하지만 얼음을 지치는 스케이트는 다른 방식으로 얼음을 녹인다.  얼음이나 눈은 일반적으로 온도가 섭씨 0도 이상일 때 녹지만, 압력이 높아지면 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녹는다. 스케이트는 얼음과 닿는 부분이 칼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의 몸무게가 전부 스케이트 날에 모이게 된다. 이 때 스케이트 날과 접촉하는 얼음은 강한 압력을 받게 되어, 그 부분의 녹는 온도는 0도보다 낮아져서 순간적으로 녹는 것이다.




겨울철에 스키를 즐기기 위한 온도로는 영하 2도에서 영상 5도 사이가 가장 좋다고 본다. 이는 너무 추우면 마찰열로 인해 녹은 물이 바로 얼어버리거나 아예 녹지 않기 때문이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너무 많은 눈이 녹아 질어지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겨울철에 활발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지만, 너무 추울 때 스키를 타면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스키가 잘 미끄러지지 않는 문제도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