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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05 17:28

문제설정과 그 해결에 뛰어남을 보인 러더퍼드

글쓴이 : 문환구

위대한 발견은 얼핏 사소해 보이는 변화 혹은 예측에서 벗어난 일을 지나치지 않는 진지함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미세한 변화를 관측할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하고, 그 결과를 실수가 아닌 새로운 데이터로 받아들여 해석하기 위해서는 과학지식의 축적과 영감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평소에 뒷받침되어야 한다.

러더퍼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우라늄과 같은 방사능 원소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던 러더퍼드는 방사선을 이용하여 원자내부를 조하려고 하였다. 당시에 알려져 있던 원자모형은 구름처럼 분포된 양전기 덩어리 안에 전자가 박혀있는 것이었으므로, 이 구름을 통과하고 전자에 의해 휘는 효과를 보기 위해 러더퍼드는 방사선 중 가장 질량이 크면서 양전하를 가지는 알파선을 선택했다.

조사대상 원소로 금을 선택한 이유는 금의 연성이 뛰어나, 당시 기술로도 1천분의 1센티미터 이하의 얇은 막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막을 얇게 만들었던 이유는 알파선이 투과하는 길에 가능하면 작은 수의 원자가 놓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입자가속기가 없던 당시에 이를 대신할 자연붕괴 방사선을 이용하는 실험을 설계한 것인데, 방사선을 특성에 따라 분류해 알파, 배타, 감마 방사선으로 명명한 사람이 바로 러더퍼드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 실험은 흔히 말하듯이 창문에 바른 종이에다 포탄을 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되었다. 그랬기에 예상과 달리 큰 각도로 튀어나오는 일부 알파입자에 대한 동료, 제자들의 관측결과를 실험오류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되 튀어나온 알파입자의 수가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더퍼드는 실험의 정밀성을 검증한 뒤 이론의 오류가능성을 검토했다. 실험의 결과를 설명하지 못하는 이론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러더퍼드는 실험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원자모델을 제안하는 것으로 해결의 방향을 잡았고, 이는 옳았다. 그러나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된 이 획기적인 원자모형에도 한계는 있었다. 전하를 띠는 입자가 전기장이 있는 공간에서 가속운동을 하면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것이 이미 밝혀졌기 때문이다.

러더퍼드 원자모형에서 전자는 양전하를 가지는 원자핵 주위에서 원운동을 해야 하고, 원운동은 가속운동이다. 전자가 원운동을 한다면 원자핵의 전기장 공간에서 가속운동을 하는 것이므로 원자는 전자기파를 계속해서 방출해야 한다. 따라서 원자의 에너지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이때 나오는 전자기파를 스펙트럼분석해보면 연속스펙트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원자에서 방출되는 스펙트럼은 선스펙트럼이었으며, 에너지를 계속해서 방출해야만 하는 원자는 불안정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원자는 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한계를 가지지만 러더퍼드의 원자모형은 보어의 원자모형을 이끌어내는 징검다리가 된다. 무엇보다도 원자핵의 존재를 밝혀낸 것은 이 모형의 큰 공적이다. 더불어 러더퍼드가 제안한 알파입자를 이용한 원자내부 조사를 위한 실험장치는 지금도 물질의 특성을 분석하는 장치(러더퍼드 후방산란 분석기)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모두는 실험을 설계했을 뿐 아니라, 관측결과로부터 문제를 설정해낸 뒤 그 해결을 주도한 러더퍼드의 공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