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05 17:29
실험으로 열의 본질을 밝혀낸 줄(James P. Joule)
 글쓴이 : 문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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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은 실험을 통해 증명되고 수학을 통해 간결하게 표현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불교나 노장사상의 우주관이 선험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현대물리학이 밝혀낸 것과 유사하다고 해서 과학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증명과정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열의 본질은 질량이 없는 물질인 열소(caloric)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질의 연소는 플로지스톤이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산소와 반응하는 것임을 밝혀내 플로지스톤설을 무너뜨린 라부아지에조차도 칼로릭을 근본원소 중의 하나로 보았다. 푸리에전개식으로 유명한 푸리에(Joseph Fourier)는 칼로릭이론에 기초해 열전달문제를 수학적으로 정리했으며, 카르노 사이클로 알려진 카르노(Sadi Carnot) 역시 칼로릭이론을 기반으로 한 열효율에 대한 이론을 발표했다.




이러한 칼로릭 이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계기는 19세기 중반 독일의 철학사조로 자리잡은 자연주의철학의 영향이 컸다. 이 입장에 선 사람들은 자연친화적이고 유기체적인 자연관을 선호했기 때문에 다양하게 나타나는 자연현상의 본질에는 어떤 통일적인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였다. 독일 의사였던 로버트 마이어(Robert Meyer)와 역시 독일 생리학 및 물리학자인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는 각각 에너지 보존법칙을 주장하였다. 이들은 생명체의 열이 이른바 음식물의 에너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며 여러 종류의 에너지는 서로 변환가능하다고 하였다.




마이어와 헬름홀츠의 생각은 사색적이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논문게재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결국 다른 학회지에 실리기는 했지만 실험을 기초로 한 새로운 이론체계를 정립한 공은 영국의 과학자 줄(J. P. Joule)에게 돌아갔다. 경험주의 철학의 사조가 우세한 영국의 과학자답게 실험을 통해 열과 일의 등가성뿐 아니라 그 비례관계식까지 밝힌 과학자가 줄이므로 그의 이름은 에너지의 단위로 남게 되었다.




즉, 1줄(J)은 1뉴튼(N)의 힘으로 물체를 1m 움직일 때 필요한 역학적 에너지이며 또한 1V의 전압으로 1A의 전류를 1초 동안 흘렸을 때 공급된 전기 에너지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열과 등가이므로 열량으로 표시하면 0.24칼로리(Cal)에 해당한다.




줄의 1947년에 발표한 논문은 칼로릭 이론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줄에 따르면 열과 일이 같은 종류의 양이기 때문에 일을 할 때에는 칼로릭 양에 변화가 생겨야만 하는데, 칼로릭 이론은 칼로릭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내려가면서 일을 할 때 그 양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줄의 실험 이전에도, 두 물체가 마찰을 하면 두 쪽 모두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설명하지 못하던 문제가 있던 칼로릭 이론은 폐기될 수밖에 없었다.




사변이 아닌 실험을 통해 과학이론을 정립해나가는 과학자의 길에 올바로 서 있던 줄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