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05 17:29
시대와 맞서 신념을 주장했던 볼츠만(Ludwig Boltzmann)
 글쓴이 : 문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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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념이 세상에서 인정될 때 그 신념을 지키기는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분야의 종사자는 물론 주변의 동료마저도 격렬하게 그 가치체계가 잘못되었다고 논박해오는 경우까지 신념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시대를 앞서서 살아간 많은 선구자들의 삶이 당대와 불화로 인해 녹록하지 않았겠지만 통계역학을 창시한 볼츠만의 삶은 특히 힘들었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흔하지 않은 과학자로 이름을 남겼다.




볼츠만은 분배법칙을 확립하여 분자들의 에너지 분포를 나타냈을 뿐 아니라, 분자들의 속도에 대한 분포함수의 시간적 변화를 알 수 있는 볼츠만 방정식을 정립하였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는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 이론이 가지는, 시간에 흐름에 대한 비가역성을 설명하는 H-함수(엔트로피의 음수 값)는 볼츠만방정식으로부터 유도된다. 이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었던 엔트로피 이론에 역학적 근거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볼츠만과 함께 빈 대학의 교수였던 로슈미트는 볼츠만이 가역적인 뉴튼역학에서 출발해 비가역적인 방정식을 유도한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공격하여 치열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다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선험적으로 주장한 바 있는 영원회귀의 원리가 포앙카레(Henri Poincar)의 회귀정리에 의해 힘을 받으면서 볼츠만은 또 다른 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즉, 역학적 계가 유한한 부피를 갖는다면 궁극적으로는 원래 상태에 가깝게 되돌아온다는 이 정리에 근거해, 체를레모(Ernst Zerlemo)는 H-함수가 평형상태로 진화해 가서 되돌아오지 않고 그 값에 머무른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여기에다 원자개념을 부정하던 당대 과학자들의 인식도 볼츠만을 고립시켰다. 그 시절 저명한 물리학자였던 마하(Ernst Mach)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원자의 실존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볼츠만방정식의 바탕을 이루는 원자 개념과 역학적 방법의 도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훗날 양자역학의 정립과 페랭(Jean Perrin)이 한 브라운운동의 실험을 통한 원자의 실재에 대한 증명이 있게 되자 마하조차도 원자론을 인정하였지만, 이미 볼츠만은 세상을 떠난 뒤였다.




볼츠만의 자살이유를 자신의 일생에 거친 업적이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거나 혹은 동료들과의 오랜 논쟁에 지쳐서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볼츠만 자신이 정립한 학문의 결과에 대한 비관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즉, 열역학제2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 우주는 더 이상 엔트로피가 증가할 수 없는 상태인 최후의 무질서에 도달하게 된다. 우주가 열적 죽음이라고 부르는 이 상태로 가고 있음을 증명한 볼츠만은 그 결과에 좌절했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우주의 열적죽음은 태양계의 종말보다도 먼 훗날의 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프리고진(Ilya Prigogine)이 주장한 무산구조에 의하면, 평형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는 우주의 무질서가 흩어져 사라지고 오히려 엔트로피가 감소하고 그 결과 새로운 구조가 생겨날 수도 있다고 한다. 어떤 원인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병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볼츠만이 평생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간 위대한 인물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