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riam > 과학이야기

작성일 : 11-01-05 17:30

일식

글쓴이 : 문환구

게으름 탓에 한달전에 쓴 글을 이제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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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은 음력 첫날에 일어난다. 달이 해와 지구 사이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달로 향하는 태양빛을 가리는 현상인 월식은 그러니까 보름에 일어나게 된다. 달도 지구도 태양도 서로 움직이므로 일식이든 월식이든 아주 짧은 시간에만 그것도 제한된 장소에서 관측할 수 있다.

지동설이 과학으로 확립되기 전에도 일식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했다. 성서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도그마에 빠져 있던 과학 후진사회 중세유럽은 그렇지 못했지만 아랍과 중국의 천문학은 일식을 거의 초단위로 정확하게 예측하곤 했다. 조선시대 세종때에도 중국과 아랍의 천문학을 받아들인 칠정산내외편을 완성해서 이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보정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다시 중국 것을 받아다 써야 했지만.

(상대성이론은 갈릴레이가 물체의 운동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고, 거기에다 진공 중에서 빛의 속력이 일정하다는 가정을 세운 뒤에 등속운동에서의 현상을 설명한 것이 특수상대성이론이다. 가속운동까지 확장하여 중력 일반에 대한 현상을 설명한 것이 일반상대성이론이고. 상대성이론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도대체 이 우주 어디에도 절대적인 기준점이 없다는 것이다.

달은 지구를 돌고, 지구는 태양을 돌 뿐 아니라, 태양은 천억개 이상의 별이 있는 우리 은하를 돌고, 또 우리 은하는 적어도 천억개 이상인 다른 은하와 함께 이루고 있는 우주를 돌고... 그러면 우주의 그 점이 중심이 아닐까? 그런 점은 없다. 다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서로 서로의 상대적 위치는 계속 변할 뿐이다. 그러므로 지구는 물론 태양도 아니고 우리 은하나 우주의 어느 곳에도 절대적 좌표의 기준점이 없다.

따라서 천동설에 의한 태양계의 설명도 지동설에 비해 운동 궤도가 복잡할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천동설에 바탕한 태양과 달 그리고 금성 등 다른 행성의 복잡한 궤도를 추적해서 일식이나 월식을 예측하는 일은 분명히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변변치 못한 관측장치에다 궤도가 복잡하게 서로 겹치는 천동설에 기초한 궤적을 연구해 일식을 정확하게 예측한 칠정산외편의 성과는 그래서 위대하다.)

아무튼 이런 일식이 오는 22일 10시 40분 경 우리나라 전역에서 관측가능할 정도로 일어난다.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중국 일부 지방에는 관광객까지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태양이 더 많이 가려진다는데 문제는 그날 남쪽에 장마전선이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천문연구원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일식관측 프로그램을 진행하므로 방학중인 자녀와 함께 참여하는 것도 한번 해볼만 하다. 서울에서는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앞에서 9시부터 행사를 진행한다. 참여하고 싶으면 그냥 시간 맞춰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