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0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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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감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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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문환구
 조회 : 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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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변리사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한때는 병아리 감별사와 혼동하기도 했다는 이야기
를 들은 적이 있다.
병아리감별사는 병아리 암수를 구별한다. 정확히는 수평아리를 골라낸다. 키워서 고기로 팔아봐
야 사료값도 나오지 않는 수평아리는 그대로 분쇄기로 들어가 감별을 거친 암평아리의 모이로 되
기도 한다. 분쇄기로 들어가기 전에 일부 흘러나오는 병아리는 가끔 초등학교 정문 근처에서 달걀
보다 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키운 닭이 알을 낳지 못하는 이유는 병들어서가 아니라
감별사의 정확한 작업 때문인 것이다.
병아리는 알에서 부화하므로 인공부화를 통해서 그 수를 늘리는 것이 쉽지만 소나 돼지는 그럴 수
없다. 숫송아지나 수퇘지를 분쇄기로 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 수가 적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송아지 고기를 먹거나 거세하는 것이다.
영어로 벼와 쌀 그리고 밥이 모두 rice인 것처럼, 소든 돼지든 그 고기는 다 우리말로는 고기일 뿐
이고 거세했다고 해서 달리 불러주는 이름은 없다. 그러나 영어로는 송아지(calf)고기는 veal, 거세
한 소는 ox, bullock, 거세한 돼지는 hog라고 다 따로 단어가 있다. 관심이 있어야 말도 생기는 법
이다. 부드러운 육질과 빠른 성장을 위해서 거세도 서슴치 않는 마당에 사료에다 무엇인들 못 넣을
까.
숫소를 농업용으로 키우기 위해서도 거세는 하므로 거세 자체가 집단사육의 결과는 아니다. 그러
나 병아리감별부터는 대량 집단사육의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윤리차원으
로 접근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흑인을 노예로부터 해방한 것도 윤리적으로 해결한 것
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노예해방이 가능했던 것은 북부의 공업지대가 급격히 성장함에 따른 노동력수요의 절박
함때문이었다. 물론 약간의 청교도 윤리도 작용했지만 천부인권을 강조하는 독립선언서에 서명했
던 미국독립의 아버지들도 상당수는 노예소유주였다. 연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예를 필요로 하는
남부와 노예가 아닌 자유민으로서의 임금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북부의 갈등은 독립 후에도 100년
가량 지속되며 증폭된다. 자유주와 노예주를 동수로 하기 위해, 미주리주가 연방에 가입할 때 메사
추세츠주는 속주였던 메인주를 독립시켜서 균형을 맞추는 등 연방유지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공업의 생산성은 농업의 생산성을 앞지른다. 청동기가 철기문명을 이길 수 없듯이 도덕적
으로도 역사진행방향으로도 불리했던 남부연합은 선제공격을 통해 이를 뒤집으려고 해보지만, 당
연히 실패한다. 링컨의 휴머니즘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만 실제 노예해방은 전쟁중에 예비선언
을 거쳐 실행되었다.
대량 가축사육은 노예제가 그랬듯이 그로 인해 더 많은 이윤을 내는 한 계속된다. 사람을 노예로
부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것이 이윤추구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더 나은 방향의 이윤획
득이 가능한 동인이 있어야 중단될 수 있다.
조류독감, O-157균, 광우병 등은 공장제 대량 가축사육이 비도덕적인데다가 수요자의 회피로 이윤
을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있음을 보여준다. 적어도 소에게는 풀을 먹이고, 돼지에
게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해 주며, 닭에게는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거나 땅을 쫄 수 있는 공간
을 마련해 줄 때만 그 고기는 안전하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필수 아미노산 섭취를 위한 단백질 보충을 콩으로만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합리적인 육류소비를
실천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이다. 제도적 금지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유럽의 몇몇 나라가 가
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동물성 단백질을 실험실에서 증식과정을 통해 합성하는 연구도 계속되고 곧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
도 가져보지만, 아직은 먼 일이다.
[이 게시물은 문환구님에 의해 2011-01-09 19:11:13 과학이야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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