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1-13 09:19
천지인 자판입력 방식 다툼과 관련한 특허제도
 글쓴이 : 문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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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07년 6월, 휴대폰 한글입력 방식인 “천지인”을 둘러싼 디지털네임즈 조관현대표와 삼성전자간의 6년간에 걸친 손해배상소송이 소취하로 마무리되었다. 삼성전자가 자신의 특허를 침해한다고 주장한 조관현씨와, 이에 맞서 조관현씨의 특허출원보다 앞선 삼성전자의 특허출원이 있으므로 조관현씨의 특허는 무효이며 따라서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던 다툼이 최종판단을 앞두고 소취하라는 형태로 종료된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도 불렸던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전자와 조관현대표는 침해소송과는 별도로 상대방의 특허권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을 통해 다투었다. 한편 그 사이 삼성전자 특허권의 발명자인 최인철씨는 자신의 발명이 직무발명이 아닌 자유발명이라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최인철씨도 삼성전자와 합의하에 소취하를 하였으므로 자신의 발명이 자유발명에 해당하는지, 설사 자유발명이 아닌 직무발명에 해당하더라도 수익 가운데 일정 비율은 발명을 수행한 직원의 몫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원의 최종판단을 받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국가 또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피고용인인 공무원 또는 종업원의 지위에 있는 발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직무발명 규정을 중심으로 특허요건과 침해 등을 위 사건과의 관계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직무발명과 관련한 다툼

1994년 10월 삼성전자 연구원인 최인철씨는 천지인방식을 발명하여 회사에 양도하였고, 삼성전자는 1995년 5월 특허출원하였다. 직무발명은 ‘종업원, 법인의 임원 또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발명한 것이 성질상 사용자, 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 등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을 말한다(발명진흥법 제2조 3호).

종업원의 발명이 직무발명으로 인정되면, 사용자는 근무규정 등에 의해 발명을 예약승계받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할 수 있으며(발명진흥법 제10조 3항) 이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가진다(발명진흥법 제10조 1항). 또한, 발명을 한 종업원은 발명자로 게재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발명진흥법 제15조), 이러한 제도는 발명을 할 수 있도록 급여와 근무환경을 제공한 사용자 및 실제 발명을 한 종업원 사이의 이익을 조정하여 산업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비록 종업원이 한 발명이라도 직무와 무관한 경우, 자유발명으로 취급되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으며, 발명자인 종업원의 허락이 없는 한 사용자에게는 통상실시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즉, 종업원은 발명을 사용자 또는 제3자에게 거래행위로서 승계할 수도 있으며, 전용실시권이나 통상실시권을 역시 계약으로 설정할 수 있다.

설사 직무발명의 요건을 갖춘 발명이라고 하더라도, 위 발명의 출원 당시에는 발명을 사용자에게 승계한 뒤 4개월이 지나도록 출원을 하지 않으면 자유발명으로 보도록 하였다. 최인철씨와 삼성전자의 경우는 승계한 뒤 약 7개월 뒤에 삼성전자의 출원이 있었기 때문에 최인철씨가 자유발명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비록 소취하로 마무리되었지만 직무발명의 승계시점과 출원시점에 대한 분쟁 때문에 최근 개정된 발명진흥법에서는 문서로 통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즉, 종업원이 직무발명을 완성한 경우 지체없이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문서로 통지해야 하며(발명진흥법 제12조), 직무발명 완성통지를 받은 사용자는 통지받은 날부터 4월 이내에 승계여부를 통지해야 하고(발명진흥법 13조), 사용자가 통지하지 않은 경우는 권리승계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 시기와 관련한 다툼의 소지를 확실한 증거인 문서를 통해 없애려 한 것이다.

침해와 관련한 다툼

조관현씨는 1996년에 특허출원을 하였으므로, 직무발명 여부를 떠나 삼성전자가 1995년에 한 출원보다 후출원이 된다. 특허법은 선출원주의를 취하므로(특허법 제36조), 양 발명의 청구범위가 같으면 후출원인 조관현씨 특허는 등록받을 수 없다.

또한, 특허청구범위가 동일하지 않더라도 선출원인 삼성전자 출원 명세서 중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기재된 내용과 후출원인 조관현씨 특허의 청구범위가 동일하다면 공개여부와 무관하게 등록받을 수 없다. 조관현씨가 특허출원하기 전에 삼성전자 특허출원이 공개되었다면 신규성위반(특허법 제29조 1항)으로 거절되며, 공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확대된 선출원규정 위반(특허법 제29조 3항)으로 거절되는 것이다. 즉, 아주 특별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후출원된 특허는 등록받을 수 없다.

조관현씨가 침해를 주장하자 삼성전자는 침해가 아님을 다투는 한편, 조관현씨의 특허출원이 삼성전자보다 늦었음을 이유로 하여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특허침해가 인정되려면 유효한 권리가 존재하고, 그 유효한 권리의 보호범위내에서 실시해야 하며, 실시하는 자에게 정당한 권원이 없어야 하고, 또한 업으로서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조관현씨의 특허를 침해했다면 삼성전자가 실시한다고 주장하는 삼성전자 자신의 특허청구범위와 조관현씨 특허의 청구범위가 동일하다는 것이므로, 후출원인 조관현씨의 특허는 선출원위반이나 신규성위반 또는 확대된 선출원위반으로 무효가 되어야 한다.

특허의 무효여부를 다투는 특허심판은 그 당부를 특허법원에서 다시 소송으로 가릴 수 있고 대법원에서 최종판단을 받는데, 특허법원은 조관현씨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대법원에서는 이를 파기 환송하여 다시 심리하도록 하였다. 취하되었기 때문에, 최종판단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나 조관현씨의 특허가 무효될 수 있는 여지가 컸다.

이와 별도로 조관현씨는 삼성전자의 특허가 기재요건 불비(특허법 제42조 4항)라는 이유로 무효라는 심판을 청구하였다. 즉, 특허청구범위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해서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특허는 이러한 뒷받침이 없다는 것이고 특허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삼성전자의 특허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물론 삼성전자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였다.

특허 무효여부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특허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항소심인 서울고법에서 특허무효에 대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소송절차를 중지하고 있었으나(특허법 제164조 2항), 조관현씨가 삼성전자와 합의하면서 모든 소를 취하했으므로 역시 판단을 받지 못했다.

나오며

종업원은 비록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고 연구시설을 제공받는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노력이 더해져 완성한 발명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발명이 종업원의 직무에 속하지 않는 자유발명이라면 그 권리는 온전히 종업원 개인의 것이다.

직무발명이라고 하더라도 일본의 나카무라 슈지는 청색다이오드를 발명하여 사용자인 니치아화학의 매출증가에 기여한 보상으로 200억엔을 청구하여 1심에서 승소했고, 항소심에서 화해를 통해 6억엔의 보상금에 합의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전직 제약회사 종업원이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 소송을 통해 발명으로 얻은 이익의 5% 중 자신의 기여분인 3억원을 보상받은 사례가 있다.

발명이 특허받기 위해서는 발명으로 완성되어야 하며, 산업상 이용가능성, 신규성 및 진보성을 가져야 함은 물론 동일한 다른 발명보다 먼저 출원되어야 한다. 또한 발명의 명세서를 특허법 규정에 적합하도록 작성하여야 한다.

즉, 상세한 설명은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그 발명을 쉽게 실시할 수 있도록 발명을 명확하고 상세하게 기재해야 하며, 특허청구범위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