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6-11 17:11
|
물리학과 첨단기술 2013년 4월호 : 그래핀 연구와 특허
|
 |
|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241
|
 4월 article.pdf (6.3M) [17] DATE : 2013-06-11 17:11:22 |
 http://www.kps.or.kr/storage/webzine_uploadfiles/1969_article.pdf [1699] |
|
이 글은 물리학과 첨단기술 4월 호에 실린 글입니다.
그래핀 연구와 특허 시작하는 글 Andre Geim과 Konstantin Novoselov가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해 그래핀을 분리한 결과를 2004년 Science에 발표1)한 후, 그래핀에 관한 후속 논문발표가 급격히 늘어나더니 불과 6년 뒤인 2010년에 두 과학자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래핀 연구에 대한 노벨상위원회의 결정이 너무 빠른 것 아닌가 하는 지적과 함께 그래핀의 반정수 양자홀효과를 Andre Geim 그룹과 동시에 측정한 재미 한국인 과학자 김 필립2)이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도 두고두고 이야깃거리였으며, 2001년부터 열린(opened) 나노튜브 연구에서 출발해 그래핀 기반 연구로 이어갔던 Walter de Heer의 문제제기3)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래핀이라는 용어는 Hanns-Peter Boehm이 불과 27년전인 1986년에 흑연을 뜻하는 graphite의 앞부분과 불포화 탄소화합물을 뜻하는 접미어 ene를 합성하여 만든 조어4)로, 이름이 만들어진 뒤 분리에 성공하고, 또 그 물리적 현상을 규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그 학문적 성취에 대한 평가도 이른 시간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래핀에 대한 실용화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되었을까, 또 그 실용화의 성과물은 그래핀 연구의 개척자들에게 얼마나 돌아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에서는 그래핀 관련 특허를 살펴봄으로써 이러한 궁금점의 일단을 해소해 보기로 한다. 논문과 특허 학술 논문은 발표를 통해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고 저자는 명예를 얻지만 논문발표 자체로 인한 금전적 보상은 없는데 반해, 특허는 기술의 공개를 통한 독점권을 얻고 그 독점권은 금전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것이다. 특허는 출원 전에 공개되지 않은 경우에 등록5)될 수 있으므로 실용기술의 경우 논문보다 특허가 먼저 출원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나, 연구자들이 이러한 규정을 알지 못하거나 연구결과물의 실용적 가치를 생각하지 못하고 논문발표를 먼저 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논문과 특허는 그 구성이 거의 유사하므로 논문을 완성하였다면 간단한 보완으로 특허출원을 진행할 수 있다. 그림 1. 논문과 특허 그림 1에서 보듯이 논문과 특허의 구성은 대부분 일치하나 가장 큰 차이점은 특허의 권리인 청구범위(Claim)에 해당하는 것이 논문에는 없다는 것이다. 즉,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때와 특허로 권리화 할 때의 차이는 독점배타적인 권리인 특허청구범위의 보유 유무가 가장 크다. 그래핀 분리의 선점을 놓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했고, 반정수 양자홀 효과를 비슷한 시기에 측정한 Andre Geim교수와 김 필립교수는 “Carbon wonderland”라는 review 논문을 공동 집필6)하기도 했으나, 서로 경쟁하는 기관에서 특허를 공동 출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허는 무형이지만 강력한 재산권이기 때문이다. 논문과 구별되는 특허의 또 다른 특징은 국가별로 권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각 국가별로 산업발전 정도가 다르고 나라별로 법과 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산업보호를 위해 1980년대 중반까지도 원료물질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물질특허가 인정되지 않았다. 물질특허가 도입되기 전에는 의약품 등 화학물질 자체의 제조는 특허 없이도 가능하였으며, 미국의 압력으로 1986년 말 특허법을 개정한 뒤에야 비로소 특허권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므로 특허는 그 기술의 산업화가 이루어진 국가별로 출원해야 하며, 따라서 중요한 기술은 출원인의 국적을 불문하고 시장 규모가 큰데다 특허권에 대한 보호가 가장 충실한 미국으로 출원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되고 사용되거나 판매를 위해 미국으로 수입하는 물건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미국 특허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시장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예측되는 기술에 대한 전 세계의 발명은 미국특허청을 향한다. 미국특허청은 심사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특허등록을 많이 받으면 특허 취득으로 인한 독점력 이외에도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상징적인 효과도 있다. 2012년에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가 5081건의 특허를 취득해 6478건의 특허를 취득한 미국 기업인 IBM에 이어 미국특허 취득 2위7)에 오른 사실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객관적인 자료로 인정되곤 한다. 그래핀 관련 미국 특허 미국 특허청에 출원되고 등록된 그래핀 관련 특허를 분석해 본 결과, 발명의 명칭에 그래핀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은 2002년부터이다. 초기의 특허는 nano tube에 대한 설명이거나(hollow 그래핀 sheet)8), nano tube를 길이방향으로 잘라 펼치면 그래핀이 된다는 개념을 정리한 것9)으로 출원 수가 적고 실용화와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림 2. 그래핀 관련 특허 출원 추이 그림 2는 미국 특허청에 출원된 특허 중 그래핀을 발명에 명칭에 포함하는 특허의 연도별 출원건수(막대)와 누적 건수(실선)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2002년과 2004년 각 2건씩의 출원에 이어 그래핀에 대한 분리가 학계에 보고된 후인 2005년에도 출원은 1건에 머무르다가 2006년에 7건으로 증가하더니 2007년 15건, 2008년 43건, 2009년 84건에 이어 2010년에는 154건이 출원되었다. 출원한 날로부터 1년 6월이 지나야 공개되는 특허의 속성상 2011년에 출원된 특허는 2013년 2월 현재 일부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151건이었고, 출원된 특허 중 일부만 조기 공개 등을 통해 파악된 2012년 출원 특허도 87건이었다. 그림 3. 그래핀 특허 주요 출원인 그럼 Andre Geim은 논문 발표 전에 특허출원을 했을까? 아쉽게도 Andre Geim은 그래핀의 분리방법에 대해서 논문 발표 전에 특허출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한 그래핀 제조는 누구나 실시 가능한 기술이 되었고, 그래핀 제조가 아닌 그래핀 flake를 이용한 최초의 특허10)는 Unidym, Inc사가 출원하였다. 이후 세계적인 기업들이 그래핀 특허를 주도하는 상황에 미루어 보건대(그림 3), Andre Geim이 특허로 제조방법을 보호했다면 원천특허가 되어 특허권 이전이나 실시계약을 통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미국특허에서 삼성과 IBM 등이 차세대 반도체 소자 등에 대해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있으며 미국의 NIMS나 한국의 KIST와 같은 각국의 정부출연 연구소에서도 활발한 출원활동을 전개 중이다. 선구자들의 특허 노벨상 수상과 더불어 주목을 받게 된 Andre Geim뿐 아니라 김 필립과 Walter de Heer도 그래핀 관련 특허출원을 하였다. 특허도 2008년 9월 30일과 2010년 10월 12일에 각각 1건씩을 출원한 Walter de Heer가 가장 빨랐으며, 김 필립과 Andre Geim 둘을 비교하면 이번에는 김 필립이 3건을 출원하여 1건 출원에 그친 Andre Geim보다 많았고 최초 특허 출원시기도 2008년 10월 31일에 출원한 김 필립이 2010년 6월 10일자로 출원한 Andre Geim보다 빨랐다. Walter de Heer는 부도체 기판위에 그래핀 산화막을 만드는 방법과 장치11), 그리고 그래핀의 전도성을 조절하는 방법12)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여 각각 공개 및 등록되었다. 그래핀 분리에서 Andre Geim에 한발 뒤졌던 김 필립은 그래핀을 응용한 트랜지스터 구조13),14)와 그래핀을 식각층으로 사용한 나노소자15)를 출원하여 모두 공개상태이며, Andre Geim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Konstantin Novoselov 등과 함께 탄소와 불소 결합이 함께 존재하는 기능성 그래핀16)에 대해 출원하였고 역시 공개상태이다. 이들 그래핀 연구의 선구자들이 출원한 특허는 그래핀 분리기술의 원천특허와는 거리가 멀고, 그래핀 응용소자 또는 그 방법에 대한 권리를 구하는 발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IBM이 각각 58건과 53건씩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두 개의 소자관련 특허가 큰 의미를 갖는지는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맺음말 학문연구의 목적은 진리 탐구에 있으며 노벨상을 수상한 것으로도 Andre Geim과 Konstantin Novoselov는 큰 명예를 얻었다. 그러나 연구결과가 자연법칙의 발견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한 기술적 창작17)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기술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18) 하는 특허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구결과가 학문적 성취로 인정받는 것과 더불어 산업적 성취로도 이어져서 연구자 본인은 물론 연구자가 속한 소속기관까지 경제적 이익을 누림으로써 더욱 훌륭한 후속 연구가 가능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그래핀의 원천기술이 특허로 출원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원천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그래핀을 응용가능한 산업 분야에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래핀이 실리콘을 이을 차세대 반도체 재료와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의 산화물 기반 투명전극 소재의 대체제로 각광받고 있으므로, 이들 산업이 특히 발달한 한국의 산업계와 연구계에서 그래핀 실용화 연구를 특허로 선점하여 한국계 과학자가 아깝게 놓친 노벨상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K. S. Novosolev et al., Science 306, 666 (2004) [2] Y. Zhang, Y. W. Tan, H. L. Stomer and P. Kim, Nature 438, 201 (2005) [3] E. S. Reigh, Nature 468, 486 (2010) [4] H. P. Boehm, R. Setton and E. Stumpp, Pure Appl. Chem. 66, 1893 (1994) [5] 특허법 제 29조 제 1항 [6] A. K. Geim and P. Kim, Scientific American, pp 90~97, April (2008) [7] 한국경제신문, 2013년 1월 13일 [8] US Pat. No. 6,869,581 [9] US Pat. No. 7,071,258 [10] US Pat. No. 7,449,133 [11] US Pat. No. 8,173,095 [12] US Pub. No. 2011/0108806 [13] US Pub. No. 2009/0140801 [14] US Pub. No. 2011/0017979 [15] US Pub. No. 2012/0107562 [16] US Pub. No. 2011/0303121 [17] 특허법 제 2조 제 1호 [18] 특허법 제 1조 문환구변리사는 연세대학교 물리학 석사(1987)를 거쳐 아주대학교 대학원 시스템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1996)하였고,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1988-1992), 고등기술연구원(1993-1999), 연세대학교 학부대학(2000-2007)을 거쳐 현재는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이다. 관심분야는 반도체, LED, 디스플레이, 과학과 사회 분야이다. (run21@yonsei.ac.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