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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1-24 14:11

물리학과 첨단기술 2014년 10월호 : 새로운 용도의 발명에 주어진 노벨상- DDT

글쓴이 : 관리자

새로운 용도의 발명에 주어진 노벨상 DDT.pdf (2.0M) [8] DATE : 2014-11-24 14:11:03

http://www.kps.or.kr/storage/webzine_uploadfiles/2271_article.pdf [1504]

들어가는 글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이라고 우리 특허법은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발명을 보호,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가가 특허제도를 두는 목적이기도 하다.
이처럼 발명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어야 하고, 새로움에 더해 유용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었지만 별 쓰임새를 찾지 못한 채로 남아있던 것의 유용성을 새롭게 찾아낸다면 이는 발명일까?
이는 결국 원래부터 자연계에 존재하던 것을 발견한 것과 차이가 없는 것 아닐까?
이처럼 발견에 가까운 새로운 용도의 발견도 특허를 받을 수 있으며, 그 특허를 기반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한 사례가 있으니 바로 디클로로 디페닐 트리클로로에탄이라는 긴 이름보다는 DDT(Dichloro diphenyl trichloroethane)라는 약칭으로 널리 알려진 물질의 살충효과를 발견한 스위스의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Paul Hermann Müller, 1899∼1965)의 연구이다.

티푸스와 말라리아

전쟁이 일어나면 전투 자체로 인한 사망자보다 열악해진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았는데 특히 티푸스는 지금의 독일 지역인 신성로마제국에서 벌어진 30년 전쟁, 나폴레옹 전쟁,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무서운 병이었다.
전쟁뿐 아니라 자연재해 이후에도 티푸스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여 전쟁 티푸스, 기아 티푸스라는 말까지 생겼다.
20세기 초 인류가 마주한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였던 티푸스의 전염 원인이 몸에 기생하는 이(louse)라는 사실을 밝혀낸 샤를 쥘 앙리 니콜(Charles-Jules-Henri Nicolle, 1866∼1936)은 티푸스연구(for his work on typhus) 업적으로 192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다만, 니콜 박사의 발견이 있었던 1909년 이후로 이를 제거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었으나 그 후에 벌어진 1차대전 이후 티푸스 재앙에서도 뚜렷한 방법은 찾지 못했다.
티푸스가 전쟁이나 재해 뒤에 오는 병이라면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말라리아는 20세기 전반에만 해도 매년 3억 명이 감염되고 이 중 300만 명이 사망하는 일상적인 질병이었다.
이때만 해도 절지동물의 박멸이 질병퇴치와 관련된 인류최대의 과제였던 셈이다.

DDT의 발명과 살충제 용도 발명

DDT는 오스트리아 화학자인 오트마 자이들러(Othmar Zeidler, 1850∼1911)가 1874년에 당시만 해도 독일 지역이었던 스트라스부르 대학(University of Strasbourg)에서 J. F. W. 아돌프 폰 바이어(Johann Friedrich Wilhelm Adolf von Baeyer, 1835∼1917)의 지도로 합성하였다.
아돌프 폰 바이어는 푸른색 염료인 인디고(indigo)를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유기염료, 히드로 방향족 화합물에 관한 연구업적으로 1905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처럼 DDT가 염료연구실에서 합성되었기 때문에 염료로 사용되다가 뒤늦게 살충제로 재발견되었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지만 DDT가 염료가 사용된 기록은 없으며 이후 한두 차례 논문에서 언급되었을 뿐이다.
파울 헤르만 뮐러는 지금은 여러 회사와 합병하여 세계적인 제약회사 노바티스(Novartis)가 된 가이기(J. R. Geigy AG) 사에서 1925년부터 염료연구를 하였으며, 10여 년 뒤부터 식물보호를 위한 살충제 연구를 시작하였다.
뮐러는 4년 동안 349번의 실패를 반복한 끝에 DDT를 발견했으니 그때가 1939년 9월이었다.[1]
뮐러가 한 일은 DDT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그 용도를 새롭게 발견한 것이었다.
가이기사는 뮐러가 발견한 살충제 용도를 특허로 출원하여 스위스에서 1940년에 등록받았고 미국에서도 “US 2329074, Devitalizing composition of matter”로 1943년에 등록받았다.
DDT라는 약칭은 가이기사가 5%와 3% 희석 살충제를 대량 공급한 뒤에 영국에서 붙인 이름이었다.

용도발명 특허

사실상 “발견”으로 볼 수 있는 용도발명이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그 발견된 특정 속성이 단순히 감각으로 인식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특정 속성의 발견과 용도의 이용에 일정한 창작적 인과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뮐러는 수백 번의 실험을 거쳐 살충제의 특성을 연구하였고 포유류와 달리 절지동물에만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는 물질을 합성하거나 찾아 나섰고 그 결과 오랜 기간 잊혀졌던 DDT를 찾아내어 발견과 용도의 이용에 창작적 인과관계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용도발명으로 특허를 얻었기에 1948년 노벨상위원회는 “DDT의 효과, 특히 절지동물에 대한 접촉성 살충 효과 발견”에 대한 공로로 파울 뮐러에게 생리의학상을 수여한 것이다.
용도의 발견으로 특허를 받아 기업이 성장하고 과학자는 노벨상까지 받은 사례이다.

DDT, 그 후

DDT의 살충효과는 획기적이어서 말라리아와 2차대전 종전시기 전후에 발병한 티푸스 퇴치로 인류에게 큰 축복처럼 여겨졌다.
심지어 1940년대 미국에서는 미키 슬림이라고 DDT와 술을 혼합한 칵테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DDT는 가격이 쌌을 뿐 아니라 제조방법도 간단하였으며, 무엇보다 한번 뿌리면 그 표면은 몇 달 동안이나 살충효과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속성으로 문제가 발생하였으니 잔류독성으로 인해 생태계 파괴가 문제된 것이다.
급기야 1962년에 레이철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이 환경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명저 “침묵의 봄”에서 DDT가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끔찍한 결과를 경고하게 되었다.
DDT의 가장 큰 문제는 먹이 사슬을 통해 나타난다.
DDT가 들판에 뿌려지면 먼저 곤충이 죽거나 죽어가고, 이 곤충을 먹은 새들의 몸에 DDT는 축적된다.
물에도 말라리아 유충을 죽이기 위해 DDT를 뿌렸으며 이로 인해 송어 등의 물고기가 죽어 나갔다.
DDT가 묻은 풀을 먹은 가축의 몸에도 DDT는 흡수되어, 사람이 먹는 달걀이나 소의 우유 또는 고기에도 DDT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먹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체를 통해서 혹은 모유수유를 통해서 자식에게까지 축적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미국에서는 1972년부터 사용이 중지 되었고, 한국에서도 1979년부터 금지된 살충제가 되었다.

나가는 글

새로운 물질의 발명 못지않게 기존의 물질에 대한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용도발명은 주로 의약을 중심으로 활발히 특허출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는 협심증 치료제용으로 연구하던 실데나필(Sildenafil)을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한 비아그라가 있다.
새로운 속성의 발견과 그 용도의 이용에 창작적 인과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350번 이상을 반복할 수 있는 끈기와 인내가 있어야 한다.
다만, 그러한 끈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발명이 가져오는 효과에 부수되는 부작용은 없는지도 함께 살필 수 있는 지혜일 것이다.

참고문헌
[1] “Paul Hermann Müller Biography”, Gale
Group (World of Anatomy and Physi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