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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19 16:51

물리학과 첨단기술 2015년 01/02월 : 노벨상 받은 발명과 연구자 보상-청색 LED

글쓴이 : 관리자

물리학과첨단기술_1,2월호.pdf (667.1K) [6] DATE : 2015-03-19 16:51:55

http://www.kps.or.kr/storage/webzine_uploadfiles/2334_article.pdf [1579]

들어가는 글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나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은 새로운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기 전에 그 실용성이 인정된다면 특허출원을 먼저 하는 것이 자신의 논문발표로 인한 특허거절을 막는 방법임을 이전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교수나 연구원이 왜 대학이나 연구소의 특허출원에 협조해야 할까.
논문발표는 교수나 연구원의 이름으로 하지만 특허는 대학의 산학협력단이나 연구소 혹은 그 연구소가 속한 기업의 이름으로 하고 정작 발명자인 교수나 연구원은 발명자로만 기재될 뿐인데 논문제출에 앞서 특허를 출원해야 하는 직접적인 이익이 있는 것일까?

직무발명과 발명자 보상금

우선, 연구과제에서 실적으로 특허를 요구한다. 현재 진행 중인 과제뿐 아니라 앞으로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서도 특허 실적은 중요하다. 같은 이유로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승진을 위한 심사의 양적 지표로 논문과 함께 특허를 포함시킨 곳도 많다.
또한, 특허는 보상금과 직접 연관된다. 역시 이전 글에서 살펴 본 적이 있지만 기업체 연구소나 정부출연 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원뿐 아니라 대학교수의 발명도 전공과 관련된 것이라면 대부분 직무발명으로 인정한다. 직무발명으로 판정되면 발명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할 수는 없지만, 발명자가 자신의 발명을 연구소나 대학에 넘겨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허권은 동산이나 부동산과 달리 무체재산권에 속하지만 재산권이므로 연구자가 발명을 완성하여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소속기관에 넘기는 순간 자신의 권리를 넘겨준 데 따른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출원보상금, 등록보상금을 일정한 금액으로 미리 정해둔다. 이 단계에서는 이 특허가 어느 정도의 수익을 가져올지 알 수 없으므로 보상액이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에서 보유한 특허가 이전(처분보상)되거나 기업에서 특허를 이용하여 수익을 올린(실적보상) 경우이다. 이 중 특허이전에 따른 처분보상은 수익금에 대한 일정비율의 금액을 정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2000년에 제정한 기술이전촉진법에서는 공공연구기관의 종업원 직무발명에는 최소 15% 이상을 보상하도록 하는 최저보상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기업이 종업원의 발명을 특허로 등록받고 이를 사용하여 수익을 올린 경우에 지급해야 할 실적보상은 그 산정시기 및 종업원 기여비율 계산 등과 관련하여 빈번한 다툼이 있다. 실적보상금에 대해 우리 법원의 하급심 판례[1]는 제3자에 대한 실시허락을 할 때의 실시료율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공공기관의 기술이전도 특허권 자체의 이전보다는 주로 실시허락으로 이루어지므로 민간기업이 자체실시를 통한 수익을 올린 경우에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나까무라 슈지의 직무발명 소송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청색 LED를 개발해 에너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백생광원을 구현한” 공로로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까무라 슈지(Shuji Nakamura, 1954~)는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Koich Tanaka, 1959~) 만큼이나 특이한 노벨과학상 수상자다. 일본의 노벨상 산실인 교토대나 도쿄대가 아닌 지방 국립대를 졸업했고, 세계적 대기업이 즐비한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연구원이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차이점도 있다. 다나카 고이치가 노벨상 수상 전까지 무명에 가까운 사람이었고 그 후에도 겸손한 연구원의 면모로 유명한데 비해, 나까무라 슈지는 청색 LED의 개발로 인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고 그를 기반으로 미국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의 교수로 부임한데다, 자신이 근무했던 기업인 니치아 화학공업(Nichia Corp.)을 상대로 특허보상금 지급소송을 벌인 것으로 노벨상 수상 전에도 화제를 모았던데다 노벨상 수상 후에도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여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나까무라 슈지는 [반도체 결정막의 성장방법]이라는 발명의 명칭으로 1990년 10월 25일 “기판에 반응 가스를 분사해 그 표면에 반도체 결정막을 성장시키는 방법”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고, 1997년 4월 18일에 일본특허 2628404호로 등록받는다.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Isamu Akasaki, 1929~) 그룹이 마그네슘 도핑된 GaN에 전자빔 조사(electron beam irradiation) 방식으로 강한 p형 GaN을 먼저 구현하였지만 양산성이 부족했던 점을 개선한 것이다. 즉 기판 표면으로 반응기체를 흘려보내고 반응기체 흐름 방향과 수직한 상부로부터 압압(押壓)기체를 동시에 분사하는 방식이 특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404특허’를 둘러싼 소송

위 일본 등록특허 2628404는 2001년에 나까무라 슈지가 니치아를 상대로 하여 보상금에 대한 소를 도쿄지방재판소에 제기하면서 ‘404특허’라고 약칭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도쿄지방재판소는 2004년 1월 30일 판결에서, 니치아공업화학이 나까무라 슈지에게 200억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404특허를 통한 생산으로 인해 니치아공업화학이 얻는 독점이익이 1,208억엔이며, 이익에 대한 나까무라 슈지의 기여율이 50%이므로 그 절반인 604억엔을 지급해야 하지만 나까무라 슈지가 200억엔만 청구했으므로 처분권주의[2]에 따라 청구한 전액을 인정한 것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연구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이 판결은 그러나 항소법원인 동경고등재판소에서 화해로 마무리되는데 8억4천만엔을 니치아공업화학이 지급하게 된다. 더구나 1심에서 404특허 하나에 대해서만 604억엔으로 그 가치를 평가했던 데 비해서 2심에서는 나까무라 슈지가 니치아공업화학에 재직 중에 등록받았던 특허 191건과 디자인 4건, 당시 출원 중이었던 112건의 특허와 함께 이 모든 권리에 대한 외국 특허청에 대한 권리는 물론 그때까지 출원 등으로 공개되지 않은 know-how까지 포함하여 6억엔으로 평가하고, 이 금액에다 화해로 재판이 마무리되는 점을 고려하여 2억4천만엔을 추가한 것이었다.
404특허만으로 제한하여 보면 그 가치가 천만엔으로 줄어든 것이어서 1심에 비해 1.6%밖에 인정받지 못한 결과였다.
나까무라 슈지로서는 “기술자들이여, 일본을 떠나라”라고 할 만 했다.
그러나 이렇게 된 데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으니 니치아공업화학의 주장에 의하면 ‘404’특허는 1997년 이후부터 생산공정에 적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니치아공업화학은 2심에서 화해가 있은 지 약 1년이 지난 2006년 3월 8일에 ‘404특허’에 대해 포기선언을 한다. LED 제조공정에 적용하지도 않는 특허로 유지료만 나가고 있기 때문에 유지료조차 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가는 글

특허청에서 배포한 직무발명보상규정 표준모델은 실시나 처분보상금의 산정을 위한 보상금 기준을 회사가 얻을 이익액에 이익 창출에 대한 발명의 기여율을 곱한 값에다 다시 발명자의 기여율을 곱한 값으로 제시하고 있다. 보상금 산정을 위한 기준이 일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판례[3]는 여기에서 더 나가 “스스로 실시하지도 않고 실시허락도 하지 않아 직무발명이 전혀 실시되지 않은 경우에도 그 직무발명을 실시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는 이익 상당액을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나까무라 슈지는 헝그리 정신으로 당시에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청색 LED 개발에 성공하였다. 그는 그 성공을 특허출원으로 이끌어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였고 자신은 노벨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여기에 더해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를 보상금으로 받아내어 일본 연구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었다. 이러한 영광은 그가 니치아공업화학에서 획득한 191건의 등록특허와 112건의 출원특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까무라 슈지는 이유없이 헝그리 정신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

참고문헌
[1] 서울중앙지법 2009. 1. 23 선고 2007가합101887판결.
[2]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판결하지 못한다는 원칙으로, 민사소송법 제203조에 규정되어 있다. 본 사안에서는 자신이 받아야 할 금액으로 604억엔을 청구하지 않고 200억엔만 청구했으므로 청구하지 않은 나머지 404억에 대해서는 판결할 수 없다.
[3] 서울중앙지법 2013. 7. 18 선고 2012가합501788판결.